제주 최초 발달장애인 농구단 ‘우리다’와 제주KCC 김용 감독의 값진 첫걸음

최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09-14 16: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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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과 함께 외쳤던 ‘전국대회 1승’의 당찬 포부, 그리고 마주한 3전 전패와 100점 실점이라는 혹독한 결과. 제주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우리복지관이 제주 최초로 창단한 발달장애인 성인 농구스포츠단 ‘우리다’와 사령탑을 맡은 KCC 이지스 주니어 제주점(EDK 농구클럽, 이하 제주KCC) 김용 감독이 첫 전국 무대에서 숫자로 다 담을 수 없는 뜨거운 감동과 성장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

‘우리다’는 지난 8월 29일 창단식을 갖고 제주KCC 선수단과의 기념경기로 힘찬 출발을 알린 뒤, 9월 초 열린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전경기’를 통해 첫 공식 전국 무대에 도전했다.

100점 넘게 내줘도 멈추지 않았던 발걸음
대회 결과는 3전 전패. 수많은 유소년, 학교대표팀, 성인 팀을 이끌며 우승을 일궈냈던 베테랑 지도자 김용 감독에게도 생애 처음으로 상대에게 100점 이상을 내어주는 쓰라린 경험이었다. 낯선 경기장의 소음과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선수들은 긴장감에 굳었고 평소 연습했던 수비 위치를 놓치기도 했다. 그러나 점수판이 무너졌을지언정 선수들의 투혼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수십 점 차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벤치에서 "수비 위치!", "끝까지!"라는 외침이 터져 나오면 선수들은 숨을 헐떡이며 다시 제자리로 내달렸다. 공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오히려 감독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농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을 쏟아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농구공을 제대로 잡아본 적 없던 이들이 일궈낸 기적 같은 완주였다.


형들의 성장을 도운 제주KCC 고등부 “배운 농구를 나눔으로 잇다”

이번 ‘우리다’의 담대한 도전 뒤에는 묵묵히 곁을 지킨 든든한 파트너들이 있었다. 바로 제주KCC(EDK) 고등부 선수들이다. 고등부 학생들은 창단 준비 과정부터 ‘우리다’ 선수단의 훈련 파트너이자 스파링 상대, 때로는 세심한 보조 코치 역할을 자처했다. 코트 위에서 형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본 동작을 시범 보이고, 몸을 부딪쳐주며 경기 감각을 익히도록 도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 전국대회 현장까지 직접 찾아와 목청 높여 형들을 응원하며 벤치에 뜨거운 힘을 불어넣었다.
자신들이 수년간 땀 흘려 배운 농구를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선한 영향력으로 확장해 낸 경험. 누군가를 이끌고 배려하는 과정 속에서 제주KCC 고등부 학생들 역시 코트 안의 기술을 넘어 한 뼘 더 성숙한 인격체로 자라나는 또 다른 값진 성장을 맛봤다.

‘1승의 욕심’ 내려놓고 배운 겸손 “더 멀리 보고 준비할 것”
이번 대회는 김용 감독에게도 지도자 인생의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됐다. 김 감독은 "‘농구의 본질은 같다’는 생각으로 기술 훈련에만 집중했을 뿐, 선수들이 실전 환경에서 겪는 심리적 부담과 환경 변화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며 "3패의 책임은 선수들이 아닌 감독의 부족함에 있었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김 감독은 승패에 매몰되는 대신 현장의 오랜 베테랑 지도자들을 찾아다니며 발달장애 선수들을 위한 맞춤형 심리 지도법과 훈련 방식을 겸손하게 묻고 배웠다. 현장 관계자들 역시 "창단 직후임에도 룰을 이해하고 심판 콜에 반응하며 벤치와의 깊은 신뢰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대단한 출발"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우리다는 일회성 이벤트 팀이 아닙니다. 제주를 대표해 수년, 십수 년을 이어갈 소중한 팀입니다. 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선수들이 자립하고 전문 체육인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제주에 만드는 것이 저의 새로운 사명입니다. 이번 3패는 앞으로 우리 선수들을 어떻게 올바르게 이끌어야 하는지 알려준 가장 값진 예방주사가 되었습니다.”

 

사진 제공 = 제주KCC (제주 EDK 농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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