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드래프트] 영리하게 기회 엿본 SK 오재현, "박상권, 김형빈이 멘토"

황정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5 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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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권이 형과 (김)형빈이 덕분에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0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많은 얼리 드래프티가 참가한 가운데, 2라운드 1순위로 오재현(186.4cm, G)의 이름이 장내에 퍼졌다.

오재현은 그 다음 날인 24일, SK 오재현으로서 국내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프로에 입문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회에 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교육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오재현 역시 이를 알기에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경청했다.

그는 “프로에 가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대학과 프로는 많이 다르다.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한다. 좋은 시간이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어, “어제(23일) 지명됐을 때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저녁까지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몰랐다. 이렇게 교육을 들으니 조금씩 실감이 난다. 끝나고 팀에 합류해야 완전히 와닿을 것 같다”며 아직도 멍한 기분을 드러냈다.

오재현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24일 저녁, SK에 합류했다. 25일 아침에는 운동까지 소화했다. 지금쯤 자신이 프로선수가 됐음을 받아들일 오재현이다.

오재현은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경기력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말 그대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의 오재현은 달랐다. 이제까지 어떻게 실력을 숨기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오재현이 급속도로 발전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아무래도 드래프트 조기 진출의 영향이 컸다. 한양대에는 오재현과 같은 포지션인 김민진(175cm, G)이 있다. 신장은 작지만 그만큼 스피드가 빠르고 경기 감각이 있는 선수다. 그러다 보니 오재현은 비교적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김민진이 부상을 당하며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다. 오재현은 이를 기회로 봤다. 오재현은 “(김)민진이가 다치게 되면서 나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민진이가 동기면서도 동일 포지션에서 경쟁자였기에, 나한테는 올해가 기회였다. 1년 동안 미친 듯이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정말 독하게 운동만 했다”고 조기 진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이어, “정재훈 감독님은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시는 분이다. 감독님께서 내 노력을 알고 믿어주셨다. 그러다 보니까 실력이 점점 늘었다. 특히 자유투나 3점슛 성공률이 많이 올라갔다. 수비는 저학년 때도 똑같이 꾸준히 했다”며 급성장의 원동력을 이야기했다.

물론 김민진의 부상은 안타깝다. 그러나 선수 대 선수로 생각해 보면 오재현의 말이 맞다. 내년에 김민진이 돌아온다면 둘 중 한 명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다. 둘이 함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베스트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어려움이 따른다.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 냉정하게 비추어질 수 있지만, 오재현이 똑똑하게 기회를 본 것이다. 오재현은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그럼으로써 김민진 역시 부상 복귀 후, 한양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재현에게도, 김민진에게도 윈윈이다.

오재현은 조기 진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박상권과 김형빈에게 자문을 구했다. 둘 다 친한 형, 동생이면서 프로 선배다. 23일부로는 팀 선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오재현은 “(박상권과 김형빈은) 가장 친한 선배다. 상권이 형은 한양대에서 2년간 룸메이트로 지냈다. 상권이 형이나, 형빈이나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다. 조기 진출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둘이 도움을 많이 줬다. 내 멘토였다(웃음)”며 도움에 감사를 표했다.

오재현과 박상권, 그리고 김형빈 모두 평소에는 장난기가 많다. 하지만 고민 상담을 할 때만큼은 진지하다. 박상권과 김형빈은 자신들이 겪은 프로의 치열함을 오재현에게 말해주었다.

“고교나 대학에서는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만, 프로는 연봉을 받고 뛰는 곳이다. 그런 만큼 실력이 우선시 된다. 잘해서 눈에 띄어야 1군에 올라갈 수 있고, 거기서 또 잘해야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오재현은 둘의 조언 덕분에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친한 형, 동생이 선배로 있으니 적응하기도 편할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이후 오재현은 자신이 지명된 이유를 유추해봤다. 그는 “프로 관계자분들이 내가 발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 내가 포지션에 비해 팔도 길고 키도 크다. 힘도 센 편이다. 당장의 실력보다는 잠재력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미래가치를 요인으로 꼽았다.

오재현에게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수비다. 앞서 말했듯 수비는 오재현이 저학년 때부터 잘해왔던 부분이다. 이에 더불어 오재현은 속공, 돌파에도 메리트가 있다. 아직은 가공되지 않았지만, 프로에서 내세울 장점이 많은 오재현이다.

한편, SK는 12월 6일부터 신인선수가 데뷔할 수 있다. 즉, 빠르면 12월 6일부터 프로선수 오재현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D-리그에는 출전할 수 있다. SK는 12월 9일, 현대 모비스와의 D-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오재현은 “구단 관계자분과 가볍게 미팅을 했었다. D-리그가 있으니 빨리 운동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더라. 나는 바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라, 최대한 몸을 잘 만들려고 한다. D-리그 출전 기회를 주시면 짧은 시간이라도 열심히 경기하고 싶다”며 데뷔를 향한 열정을 내비쳤다.

오재현은 생애 처음으로 직접 돈을 벌게 되었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오재현은 부모님께 맡겨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직접 번 수입으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오재현의 답은 ‘저축’이었다. 그는 “사실 차도 사고 싶고 집도 사고 싶다(웃음). 그런데 지금 당장은 이룰 수 없으니 최대한 모아야 하지 않겠나”고 커다란 꿈을 말했다.


또한, 같이 입단하게 된 임현택의 미담도 전했다. 오재현은 “(임)현택이 형과 원래 모르는 사이였다. 내가 낯을 조금 가린다. 그래서 사실 처음엔 어색할 것 같아 걱정했다. 그런데 현택이 형이 어제 먼저 와서 잘해보자고 하더라. 되게 좋은 형이고 착한 형이다”며 다소 앙증맞았던 둘의 첫 만남을 들려주었다.

오재현의 등 번호는 22번이다. 이는 ‘드래프트의 정신없음’이 준 산물이었다. 오재현은 “얼떨떨한 상태에서 번호를 골랐다. 도저히 고르기가 어려웠다. 현택이 형이 21번을 한다고 해서 그러면 나는 22번을 한다고 했다”고 22번이 된 사연을 말했다.

1년 만에 달라진 오재현의 모습은 그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프로에서 정식으로 지도를 받고 적응하면 분명 미래를 비출 선수가 될 것이다.

팀 운동까지 임한 오재현은 이제 정말 어엿한 프로선수다. 그는 사회인이 된 만큼 책임감이 강해졌다. 앞으로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모든 걸 이겨내고 더 강해질 오재현을 상상해본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서울, 황정영 웹포터 i_jeong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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