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양동근을 눈 뜨게 한 사나이, ‘영리함의 상징’ 크리스 윌리엄스 (2)

김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1 17: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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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8월호 웹진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독 링크)


지난 바스켓코리아 웹진 6월호 ‘추억의 외인’ 코너에서는 크리스 윌리엄스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봤다. 하지만 그가 KBL에 남긴 족적이 매우 많다 보니 모두 다루지 못했다. 이번에는 모비스 이후의 스토리를 통해 윌리엄스를 떠올려보았다.

나이는 들어도 여전한 크리스 윌리엄스
모비스의 우승에 일등 공신이었던 크리스 윌리엄스는 외국 선수 제도가 트라이아웃으로 바뀌면서 한국을 떠났다. 이후 터키, 중국, 필리핀 등을 돌아다녔던 윌리엄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은 2011년. KBL은 외국 선수 제도를 1인 보유로 바꿨고, 고양 오리온이 그를 영입한 것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홀로 40분을 뛰어야 한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윌리엄스는 이를 기량으로 커버했다. 외국 선수의 기본인 득점은 물론이고, 가드가 약한 팀 사정에 따라 리딩에도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골밑 싸움 역시 윌리엄스의 몫이었다. 이렇듯 그는 경기 전반에 관여하며 여전한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북 치고 장구 치는 윌리엄스가 있었음에도 오리온은 이길 줄 몰랐다. 그가 41점을 넣어도, 36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 6스틸이라는 괴물 같은 스탯을 뽐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국내 선수 전력이 너무 약했던 오리온은 패배만 거듭할 뿐이었다.

다행히 후반 들어 신인이었던 최진수가 신선함을 가져다줬고, 트레이드로 합류한 김동욱도 맹활약을 펼쳤다. 오리온의 경기 내용은 전반기와 달라졌다. 지더라도 쉽게 지는 모습이 아니었고, 승리 횟수도 많아졌다. 5승 22패였던 팀은 15승 12패의 팀이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전반기 극심한 부진 탓에 순위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나기는 어려웠고, 결국 8위로 시즌을 마쳤다.

팀 성적은 아쉬웠지만, 윌리엄스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23.8점(5위), 10.0리바운드(7위), 6.0어시스트(1위), 2.6스틸(1위), 1.3블록슛(7위)을 기록하며 모든 부문 10위 안에 랭크됐다. 특히 외국 선수 어시스트 1위는 KBL 최초였다.

아직도 국내 무대에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윌리엄스는 다음 시즌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며 한국에서 다시 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고, 이는 자격 박탈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이 한국 무대에 남긴 마지막 발자취였다.  

 



크리스 윌리엄스, 별이 되다
크리스 윌리엄스의 소식을 다시 알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시간으로 2017년 3월 16일.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버지니아 지역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윌리엄스는 이보다 앞선 2016년 11월, 운전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동차가 완파될 정도로 큰 사고였다. 이후 병원 생활을 한 윌리엄스는 치료와 재활을 하며 상태가 나아지는 듯했다. 지인들에게 자신의 동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혈액이 응고되어 생긴 혈전으로 심장에 이상이 생겼고,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성실하며 모두에게 귀감이 되었던 그의 비극에 KBL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당시 모비스 관계자는 “지난 주말까지 잘 지내고 있다고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며 깜짝 놀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비극이 전해진 다음 날은 그가 속했던 고양 오리온과 울산 현대모비스가 맞붙었다. 그를 지도했던 유재학 감독은 “내가 데리고 있던 선수 중 가장 농구를 잘하는 선수였다”고 했고, 추일승 감독 또한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였다”며 윌리엄스를 떠올렸다.

두 팀은 윌리엄스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활약상을 모아놓은 영상을 제작했고, 경기 전 양 팀이 함께 상영했다. 모비스는 이어 19일 홈경기에서도 검은 리본을 달고 뛰었다.




선수들이 말하는 윌리엄스
양동근은 윌리엄스와 가장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던 국내 선수였다. 그는 미국 여행을 가서도 윌리엄스를 만나고 오는 등 계속해서 친분을 유지했다. 그래서인지 비극이 전해진 날, 양동근의 표정에는 비통함이 느껴졌다.

양동근은 절친한 친구를 위해 은퇴 전 마지막 9경기에서는 모비스 시절 윌리엄스가 달았던 33번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로 인해 무산됐고,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양동근은 최근 인터뷰에서 "2005~2006시즌에 정규리그 MVP를 받은 것도 크리스 윌리엄스라는 존재감이 있어서였다. 내가 가지지 못한 센스를 갖춘 선수이기에, 내가 편하게 농구 할 수 있었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준 친구였다"며 2005~2006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던 이유를 크리스 윌리엄스에게서 찾았다.

그리고 "내 농구 인생에서 뺄 수 없는 사람이다. 친한 친구이자 친한 형이다. 슈팅 쏠 때 항상 함께했다. 내가 슈팅할 때 앞에서 수비 역할을 해줬다. 쉬는 날마다 만나서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립다..."고 덧붙였다.

신인 시절 윌리엄스만 쳐다보면서 농구를 했다고 한 최진수는 “코트 안팎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가르쳐 준 형 같은 존재”라고 그를 기억했다.

같이 뛴 선수 중 BEST5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윌리엄스를 택했던 김동욱은 “정말 영리하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말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윌리엄스는 최진수, 양동근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떠났다. 비록 그는 지금 별이 되었지만, 하늘에서도 동료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김영훈 기자 kim95yh@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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