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곧 KBL에 등장할 NEW 이정현

김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1 19: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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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인터뷰는 5월 중순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이정현. 이 이름을 듣는 농구팬 대부분은 전주 KCC의 이정현을 떠올릴 것이다. KBL을 대표하는 완성형 슈팅가드이자 국가대표 선수인 그 이정현이다. 10년간 프로에서 활약하며 MVP도 받은 이정현을 먼저 떠올리는 게 당연하다.

이제는 새로운 이정현을 주목해야 할 때가 있다. KCC의 이정현과 같은 연세대에 재학 중인 4학년 이정현(189cm)이다. 몇 달 뒤에는 KCC의 이정현과 같은 프로 무대에서 활약할 이정현의 이야기다.

#. 이정현을 각인시킨 2017 U17 월드컵
2017년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린 U17 월드컵은 이정현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대회다. 이미 1년 전 아시아 U16 무대를 제패한 한국은 세계대회에서 8강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단군 이래로 한국 남자농구가 세계대회 8강에 진출한 것은 이때가 최초. 그만큼 한 경기 한 경기가 역사였다. 첫 경기부터 연장 접전 끝에 거함 프랑스를 눌렀고, 이어 도미니카 공화국도 꺾었다. 16강에서는 숙적 중국도 75-70으로 격파했다.

하지만 한국의 질주는 8강에서 미국에 81-133로 지며 멈췄다. 52점차라는 점수차만 봐도 완벽한 패배.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미국은 결승에서도 상대를 40점 이상 격파할 만큼 적수가 없었다.

멤버도 화려했다. 클리블랜드에서 뛰고 있는 콜린 섹스턴을 필두로 웬델 카터 주니어, 자렌 잭슨 주니어, 케빈 낙스, 이매뉴얼 퀴클리 등 현재 NB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한국의 52점차 패배는 오히려 선전에 가까웠다.

이정현은 이러한 멤버들과 정면승부를 펼쳤던 선수다. 또한, 그는 프랑스와 도미니카, 중국을 꺾을 때 팀의 중심을 책임졌다. 과감한 3점과 센스 있는 어시스트, 승부처에서는 아이솔레이션을 통해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이정현은 이 대회에서 다수의 하이라이트를 찍어냈다.

맹활약 덕분에 출국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이정현은 입국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조금 얼떨떨했어요. 대회 전만 해도 그 정도의 관심은 아니었어요. (양)재민이가 주목을 많이 받았죠. 한국에 오니 제 위치가 많이 달라졌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이정현은 “주목도보다 더 크게 바뀐 건 제 플레이 스타일이었죠. 그전에만 해도 1대1을 자주 하는 선수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회를 다녀오고 공격에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틈만 나면 1대1을 했고, 이제는 1대1 공격을 즐겨 하는 스타일이 되었죠”라고 말했다.


#. 다시 등장한 이정현, 대학리그 우승과 국가대표

이정현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U17 이후 1년 뒤. 2018년 대학농구 결승은 늘 그렇듯 ‘안암골 호랑이’ 고려대와 ‘신촌 독수리’ 연세대가 맞붙었다. 5년째 결승에서 보는 똑같은 매치업.

하지만 앞선 2번은 고려대가, 이후 2번은 연세대가 우승을 차지했기에 그해 결승은 뭔가 중요한 느낌이었다. 이번에 우승을 해야 제대로 한 발 더 앞서는 기분.

양교의 자존심과 1년의 농사가 걸린 경기. 그 중요한 경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선수는 이정현이었다. 그는 챔프전 첫 경기에서 33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불과 1년 전까지 고등학교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가 고려대의 홈 코트를 뒤집어놓았다.

한 번이면 우연이지만, 두 번이면 실력이다. 이정현은 2차전에도 17점을 올렸다. 점퍼, 3점, 돌파까지 하고 싶은 건 다 했다. 겁을 상실한 신입생은 팀에 우승을 안기며 챔프전 MVP를 수상했다.

“제가 뛴 경기는 많이 돌려보는데, 이때 경기는 조금 많이 보는 편이죠. 다시 봐도 제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정말 신기해요. 잡으면 뛰고, 잡으면 뛰고. 정말 재밌게 농구했어요, 다시 봐도 지치지 않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이정현의 놀라운 활약에 허재 감독도 그를 주목했다. 대체 선수였기는 하지만, 20세의 어린 대학생을 발탁했다. 파격적인 선발. 챔프전 MVP를 받은 지 3개월 후의 일이었다.

“예비 엔트리 때도 엄청 기분 좋았어요. 그리고 최종 명단에 떨어질 때까지만 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대체로 선발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설레더라고요. 프로 팀과 연습경기를 하기 직전에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날 연습경기를 하면서 계속 머리는 국가대표만 생각했어요. 들떴거든요.”

물론, 아직 어린 선수였기에 출전 시간도 적었고, 보여준 것도 많이 없었다. 점프슛 하나와 앨리웁 패스 하나. 그러나 활약보다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체가 이정현에게 좋은 추억이었다.

“그냥 형들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TV에서만 보고, 연습경기로만 만나던 형들과 같이 뛰었잖아요. 엄청난 경험이었죠. 그때 유니폼을 집에 잘 모셔놨어요(웃음). 평생 간직하려고요.”


#. 정체기와 얼리 엔트리

다시 2018년 대학리그 결승. 드래프트를 며칠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많은 프로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스카우터들은 곧 열릴 드래프트에서 지명할 4학년들을 찾으려했지만, 눈에 띈 선수는 4학년들이 아닌 이정현이었다. 이는 농구 관계자뿐만 아니라 팬들의 시선도 같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정현의 얼리 엔트리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학을 제패했으니 당연히 프로에 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주장은 이정현의 2학년 때 더욱 많아졌다. 상대는 대학리그 3연패를 차지한 연세대를 막기 위해 갖가지 수를 준비했다. 당연히 이정현의 견제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감이 가득 차서 2학년 시즌을 나섰죠. 뭘 해도 잘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못한 경기가 더 많았어요. 슛이 흔들린 게 컸죠. 열심히 한다고 연습도 많이 했는데, 경기에서는 안 나왔어요. 우승은 했는데 개운하지는 않았죠.”

물론, 이정현이 심각하게 부진한 건 아니었다. 16경기 평균 기록은 14.4점 3.5리바운드 3.1어시스트.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현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간 상황이기에 슬럼프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에요. 하지만 슬럼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금 억울했어요. 1학년 때보다 못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내가 못하고 있나 싶었거든요. 그래도 그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이로 인해 이정현을 프로에 내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정작 본인은 얼리 엔트리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얼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생각이 없었어요. 사실 1학년 때도 솔직하게 말하면 챔프전만 잘했어요. 그래서 얼리 얘기가 나왔을 때 조금 당황했어요. 내가 그 정도인가?”

이정현은 계속해서 솔직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얼리를 했다면 장점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연세대에 있는 시간 동안 배운 것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얼리로 나갔다면, 저는 1번도 아니고 2번도 아닌 애매한 선수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서는 제가 하고 싶은 만큼 1번, 2번 다 할 수 있었죠. 그만큼 은희석 감독님이 믿어주신 것도 있었고요. 덕분에 경기 운영이라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 마지막까지 우승을...

어찌됐든 이정현은 2년을 더 연세대에서 보내게 되었다. 침체기라는 말도 있었지만, 연세대와 이정현은 2019년과 2020년 대학리그에서 정상을 사수했다.

연세대의 시대는 2021년에도 계속됐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대학리그 1차대회에서 연세대는 동국대를 누르고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4학년이 된 이정현이 주장을 맡은 후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

“우승은 해도 해도 기뻐요. 그리고 4학년 때는 또 느낌이 달랐어요.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경기마다 기복도 있었어요. 아쉬운 건 있었지만, 그래도 준결승 때 고려대를 만나 결승 3점을 넣었으니 됐어요. 팀도 우승했으니 괜찮고요.”

대학 내내 1등만 하다 보니 어느새 프로도 가까워졌다. 이제 몇 달 지나면 이정현도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사실 아직은 멀게 느껴져요. 그래도 준비는 나름 잘하고 있어요. 플로터나 슛 같은 프로에서 사용할 만한 기술들을 많이 준비하는 중이죠.”

물론, 깔끔히 프로에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승을 했는데, 사실 마지막이 더 중요해요. 남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거든요. 꼭 남은 대회도 모두 우승해야죠. 그리고 1차대회 때는 제가 개인적으로 아쉬웠는데 앞으로 열릴 대회에서는 그런 아쉬움도 지우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후 이정현은 대학리그 3차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제 MBC배와 왕중왕전만 남았다.)

우리는 2017년 U17 대회 이후 이정현의 프로 데뷔를 기다려왔다. 시간이 흘러 그때만큼의 관심은 줄었지만, 지금도 프로에서 이정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정현은 충분히 그런 주목을 받을 만한 선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프로에서 또 다른 이정현을 지켜볼 날이 말이다.

사진 제공 = 대학농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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