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인터뷰는 11월 중순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U19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한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큰 부상을 입은 심수현. 프로 선수들에게도 어려운 재활을 견디며 비상을 꿈꾸고 있다. 모교의 성적과 전국체전 출전, 프로 입단이란 목표를 바라보며. 바스켓코리아 12월호 여고부 유망주는 숭의여고 심수현이 이야기를 준비했다.
요리사? 농구 선수?
숭의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심수현(167cm, G). 초등학생 때 쌍둥이 오빠와 함께 방과 후 농구를 접한 그는 유급 시절을 포함해 어느덧 6년 차가 된 아마추어 농구 선수다. 심수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농구를 배웠어요. 원래는 다이어트가 목적이었는데, 6학년 때 WKBL 여자농구 클럽대회에 나간 후로 농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잘했기도 했고 그렇게 부모님께 농구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러던 차에 숭의여중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어요”라며 농구의 시작을 알렸다.
쌍둥이 오빠는 농구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웃어 보인 그는 “농구가 엄청 재밌었어요. 득점하는 것도 재밌고, 공수전환이 빠른 것도 재밌고 다 재밌었어요. 힘든 줄도 모를 만큼요”라며 농구에 빠진 계기에 관해서도 말했다. 농구 선수 이전의 꿈에 대한 질문에는 의외의 답이 나왔다. 심수현은 “그전엔 요리사가 꿈이었어요. 유튜브로 고기 잘 굽는 법도 찾아볼 정도였거든요. 요리 프로그램도 좋아했고요. 아마 농구를 하지 않았다면 요리사를 했을 것 같아요. 특히 고기 손질하는 일이요. 너무 재밌어 보여요. 막 한우 발골 하는 그런 거요”라며 10대 여고생의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19
농구를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발랄한 모습보다는 진중함이 돋보였다. 심수현과 본격적으로 ‘숭의여고 심수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9년에 숭의여고로 진학한 그는 입학하자마자 유급을 했다고. 심수현은 “고1을 두 번 했어요. 중학교 때 갑상샘 쪽에 이상이 있었는데 약을 먹으면서 계속 뛰었거든요. 고등학교 올라온 직후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유급도 하고, 반년 정도는 회복에 전념했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그래도 그는 농구공을 놓지 않았다. 심수현은 “(농구공을) 아예 안 만질 순 없었어요. 몸도 근질거렸고, 도태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집 앞에 있는 학교 농구 코트에서 혼자 농구를 했어요. 그리고 (유급 기간 중) 나머지 반년은 학교에서 같이 운동했어요”라고 밝혔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두 번째 고등학교 1학년, 코로나19가 창궐했다. 심수현은 “복학했는데 코로나로 초반 두 달 정도는 학교에서 운동을 못 했어요. 혼자 러닝을 뛰거나 집 근처 빈 코트에서 드리블, 점프슛, 드리블 점프슛, 3점슛, 자유투 등만 던졌죠”라며 제동이 걸린 훈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후 상황에 관해서는 “시합도 계속 없었고,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을 땐 시간별로 두 명씩 운동했어요. 사다리나 밴드 훈련, 코치님이 알려주시는 점프슛이나 스킬, 슛 등을 했어요. 훈련을 할 수 있게 된 후엔 학교에서 예전처럼 운동했고요”라고 설명했다.

우승팀 MVP 이후 대표팀 합류
지난 4월 제58회 춘계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연맹전 여고부 결승전에서 숭의여고가 숙명여고를 상대로 69-68, 신승을 거뒀다. 심수현은 41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팀 득점의 60%가량을 직접 득점으로만 채운 셈이다. 그런 그가 MVP의 영예를 안은 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숙명여고와의 결승전을 가장 인상 깊은 경기로 꼽은 심수현은 “좀 어려웠어요. 막판에 상대 추격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었죠. 대진운도 좋았고, 컨디션도 괜찮았었어요. 특히 점프슛 연습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심수현은 춘계 대회가 열린 다음 달 제46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 출전했다. 분전했지만 춘천여고에 우승을 내준 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그렇게 그의 고등학교 첫 대회와 두 번째 대회의 막이 내렸다. 7월이 된 후 심수현은 U19 대표팀에 차출돼 2021 삼성생명 박신자컵 서머리그와 국제농구연맹(FIBA) U19 여자농구 월드컵에 참가했다. 대표팀에 합류한 심수현은 “예전에 U16 대표팀에 선발됐었는데 코로나로 대표팀 활동을 하지 못했거든요. 사실상 이번에 처음 간 거기도 하고, 박신자컵도 나간다고 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표팀 소집 전에 전국체전 예선 시합이 연달아 있어 조금 피곤하기도 했는데, 학교랑은 분위기나 파이팅이 달라서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라고 돌아봤다.
아찔했던 부상 그리고 비상을 위한 재활
여자농구 월드컵이 열린 헝가리에선 악재를 만났다. C조 브라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80-74, 승리)에서 그만 부상을 입은 것. 심수현은 “처음 넘어졌을 때 이미 다쳤던 것 같아요”라고 운을 떼며 “4쿼터 종료 직전에 앞서 4쿼터에 한 번 더 넘어졌었거든요. 그때 무릎이 우두둑하는 느낌이 나면서 펴지지 않았는데, 바닥에 탕탕 치니까 걸을 수 있겠더라고요. 다 뛰고 싶은 마음에 다시 일어났는데, 경기 끝에 넘어졌을 땐 무릎도 아예 안 펴지고 못 일어나겠더라고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의료체계가 한국만큼 좋지 않아서 처음엔 엑스레이랑 초음파만 찍었어요. 거기선 근육과 뼈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만 듣고 숙소로 돌아왔죠. 그다음 날 헝가리 개인 병원에서 MRI를 찍었는데 무릎 반월판 연골이 파열된 것 같다고 해서 귀국 후에 바로 수술했어요”라는 경위를 덧붙였다.
수술 직후 한동안 무릎이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누워만 있었다는 심수현. 이후엔 재활에 전념 중이라고. 그는 “질병 결석으로 학교엔 나가지 않고 있어요. 오전 오후로 재활에만 매진하고 있죠. 재활 시작한 지 두 달 정도가 흘렀는데 지금은 러닝하고 슛을 쏠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내년 1~2월 중 복귀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씩씩하게 이야기했다.

목표
“학교 친구들이 왜 맨날 농구 하러 가냐고, 언제 쉬냐고, 힘들겠다고들 말해요. 저도 놀고 싶긴 한데 농구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크게 아쉽진 않아요. 시합 끝나고 휴가를 받으면 친구들 집에 놀러 가거나 카페도 갈 수 있기도 하고요”
학생 신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목표를 향해 놀고 싶은 욕구를 자제한다는 심수현의 말이다. 그는 “친구들이 이번에 프로에 가니까 여자농구를 더 많이 챙겨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여자농구 말고도 KBL도 보고, NBA도 봐요”라며 평소 농구 영상도 자주 찾아본다고 했다. 롤모델에 관한 질문에는 “박혜진 선수의 3점슛 능력과 팀 조율 능력을 배우고 싶어요. 올라운드 플레이어 박지현 언니도 너무 닮고 싶고요. 빠짐없이 다 잘하는 허예은 선수를 보고 배우는 점도 많아요. KBL에선 허훈 선수를 좋아해요. 저도 그렇게 농구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론 간결하게 득점 마무리를 하면서 실속 있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해요”라고 답했다.
심수현은 “내년에 학교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그리고 전국체전도 꼭 나가고 싶어요. 저희가 올해 본선 가야 했는데 제가 수술하면서 인원이 부족해 숙명여고가 대신 나갔거든요”라며 “내년에 프로 진출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예요.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는 의지도 다졌다. 끝으로 그에게 신장을 어떻게 기입하면 되느냐고 묻자 심수현은 “정확히는 167cm에요. 크게 적으면 좋다고 해서 170cm이라고 나와 있는데 재면 다 들통나는 거잖아요(웃음). 키보다 농구 실력을 더 키울 거예요”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 = WKBL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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