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새로운 역사가 써진 무대, KGC인삼공사와 KCC의 마지막 승부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1-07-04 06: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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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2019~2020 시즌은 조기 종료됐다. 플레이오프조차 열리지 않았다. 2020년대 첫 우승 팀이 2020~2021 플레이오프에야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전주 KCC 모두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두 팀의 기싸움은 강렬했다. 시리즈 직전 자신감도 대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두 팀의 마지막 승부는 ‘치열함’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그러나 싱겁게 끝난 승부가 오히려 KBL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KGC인삼공사와 KCC 모두 새 역사의 대상이 됐다. ‘KBL 역대 최초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이라는 기록이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나왔고, 그 주인공은 KGC인삼공사였다.(본 기사는 2021년 5월 22일 오후 9시 40분에 작성됐다)

1차전(2021.05.03. 19:00, 전주실내체육관) : 같은 자신감, 상반된 결과

김승기 감독의 자신감, 결과로 드러나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팀은 숨겨진 수 하나쯤은 준비하기 마련이다.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는 팀이면 더 그렇다. 정규리그 때와는 다른 전술을 준비한다. 여러 팀과 상대하는 게 아니라, 한 팀과의 승부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부산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전과 다른 수비를 보여줬다. 상황에 따라 상대 공격을 한쪽으로 모는 ‘다운 디펜스’를 선보였다. 그게 통했고, KGC인삼공사는 3전 3승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의 자신감이 4강 플레이오프에도 이어졌다. KGC인삼공사는 4강 플레이오프 상대였던 울산 현대모비스마저 3전 3승으로 꺾었다. 그야말로 거칠 게 없었다.
거칠 게 없던 KGC인삼공사는 전주 KCC와 마지막 승부를 준비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 역시 1차전 직전 “우리가 하는 공수 전략이 플레이오프 때도 잘 먹혔다. 그래서 변화를 주지 않았다. 우리가 해왔던 걸 더 정교하게 하자고 했을 뿐이다”며 선수들의 역량을 믿었다.
KGC인삼공사는 전반전을 44-36으로 마쳤다. 점수 차는 크지 않았으나, KGC인삼공사는 전반전 내내 KCC의 약점을 철저히 공략했다. 특히, 오세근은 송교창과 미스 매치에서 우위를 점했고, 변준형은 스피드와 힘을 앞세운 돌파로 유현준의 수비 약점을 제대로 들춰냈다.
전반전까지 4점에 묶였던 제러드 설린저가 3쿼터 들어 이빨을 드러냈다. 라건아의 강한 압박에도 중장거리 슈팅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그리고 수비에 치중했던 문성곤마저 3쿼터에만 3개의 3점을 터뜨렸다. KGC인삼공사는 3쿼터를 80-56으로 마쳤다. KCC를 바닥까지 밀어붙였다. KGC인삼공사의 경기 전 자신감은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4차전에 승부를 끝내겠다고 했던 전성현은 “오늘 경기를 보면 다들 알 거다(웃음)”라며 기자들에게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어, “4차전에 끝내지 못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 빨리 끝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럴 만했다. 그만큼 1차전은 KGC인삼공사의 완벽한 승리였기 때문이다.

전창진 감독의 자신감, 고민으로 끝나다

전창진 KCC 감독의 이력은 화려하다. 전창진 감독은 5번의 정규리그 1위(2003~2004, 2004~2005, 2007~2008, 2010~2011, 2020~2021)와 3번의 플레이오프 우승(2002~2003, 2004~2005, 2007~2008)을 차지했고, KBL 역대 최다인 6번의 감독상(2003~2004, 2004~2005, 2007~2008, 2009~2010, 2010~2011, 2020~2021)을 거머쥐었다.
전창진 감독은 많은 활동량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중요하게 여긴다. 확률 높은 공격을 추구하는 사령탑이다. 수많은 패턴을 바탕으로, 순간순간 변화를 주는 감독이기도 하다. 그가 명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 그가 챔피언 결정전 1차전 직전 자신감을 보였다. 경기 직전에는 좀처럼 전술을 자세하게 말하지 않는 전창진 감독이지만, 이번 챔피언 결정전 1차전 직전에는 “송교창이 1번을 볼 때가 많을 거다. 오세근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서다. 또, 상대 공격이 오른쪽에서만 이뤄지도록 수비 전략을 수립했다.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실수하는 느낌이 든다(웃음)”며 KGC인삼공사전 대비책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어, “정규리그 치르는 것처럼 긴장을 안 해서 문제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긴장이 너무 안 된다. 예전에 챔피언 결정전보다 더 긴장이 안 되는 것 같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의 계획은 초반부터 어긋났다. 앞선부터 수비가 무너졌고, 송교창이 오세근의 골밑 장악을 막지 못했다. 이정현이 문성곤의 수비에 2점으로 묶인 것 또한 문제였다.
KCC는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했다. 자신감에 넘쳤던 전창진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말만 많이 하고, 하나도 안 된 경기였다(웃음) 하나도 얻은 게 없는 경기였다”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전창진 감독의 자신감은 ‘완패’로 끝이 났다.

2차전(2021.05.05. 14:00, 전주실내체육관) : 3점슛 2개

‘스텝 백 권위자’ 변준형
KGC인삼공사는 1차전을 쉽게 잡았다. 하지만 2차전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러드 설린저의 지배력이 플레이오프 같지 않았고, KCC가 마음을 다잡고 나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
또, 완패한 KCC에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경기 전 “공격할 때, (오)세근이한테 트랩이 올 것 같다. 그 점을 대비했다. 그리고 수비 미스를 줄여보자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 후 “수비를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 그 중 베이스 라인을 안 주는 수비를 가다듬었다. 이유가 있다. 우리 수비 뒤쪽에 아무도 없는데, 베이스 라인을 주면 로테이션이 안 된다. 그러면 상대에 찬스가 생긴다”며 베이스 라인 수비를 강조했다.
KGC인삼공사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KCC의 달라진 경기력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2점에 그친 이정현에게 1쿼터에만 3점 3개를 준 게 문제였다. KGC인삼공사는 12-19로 밀린 채 1쿼터를 마쳤다.
2쿼터 역시 쉽지 않았다. 이재도가 2쿼터에만 10점(2점 : 2/3, 3점 : 2/2)으로 분투했지만, KGC인삼공사는 라건아의 골밑 공격과 이정현의 외곽포를 막지 못했다. 전반전까지 36-42로 밀렸다.
하지만 이재도(현 창원 LG)와 변준형이 3쿼터에 미친 화력을 보여줬다. 이재도는 돌파와 3점슛, 파울 유도 등으로 점수를 쌓았고, 변준형 또한 돌파와 3점슛으로 이재도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KGC인삼공사는 61-57로 경기를 뒤집었다.
본격적인 승부가 4쿼터에 이뤄졌다. 누구도 승부를 알 수 없었다. 그 때, 나타난 이가 변준형이었다. 변준형은 4쿼터 승부처에서만 2개의 스텝 백 3점을 작렬했다. 자신을 막던 정창영에게 두 번의 좌절을 안겼다. 특히, 경기 종료 2분 42초 전에 작렬한 두 번째 스텝 백 3점은 팀의 결승 득점(75-71)이 됐다.
변준형은 경기 종료 후 “(정)창영이형이 ‘그런 것까지 넣으면 어떻게 하냐’고 장난식으로 이야기했다(웃음)”며 스텝 백 3점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봤다. 만족한 듯했다. 그러나 완전한 미소를 지은 건 아니었다. KGC인삼공사에 두 번의 승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두 번의 3점 때문에...”
전창진 KCC 감독은 신중해졌다. 그러나 방향성을 바꾼 건 아니었다. 2차전 직전 “수비에 큰 변화는 없다. 수비가 잘못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수비 전략을 바꾸는 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그 후 “세트 오펜스에서 설린저나 전성현에게 맞은 득점이 없다. 다만, 공격이 잘못됐을 뿐이다. 우리의 잘못된 공격으로 상대의 빠른 공격에 이은 쉬운 득점을 많이 내줬다”며 잘못된 공격 선택을 최대 패인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수비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공격적으로 맞대응하자고 했다. 공격 시간을 길게 하면서, 자유로운 공격과 패턴으로 인한 공격의 조화를 내보자고 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이야기했다”며 구체적인 공격 개선안을 밝혔다.
공격을 가다듬은 KCC는 1차전과 달랐다. 유현준과 김지완이 1차전에 부진했지만, 이정현이 살아났다. 이정현이 팀의 패턴 속에 정답을 찾았고, 1쿼터부터 3점 3개를 터뜨렸다.
자신감을 얻은 이정현은 에이스 역할을 100% 수행했다. 특히, 팀이 57-61로 밀리던 4쿼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본인의 득점뿐만 아니라, 라건아의 공격력도 살려줬다. 두 핵심 옵션이 살아나자, KCC는 KGC인삼공사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KCC는 변준형의 스텝 백 3점 2개에 흐름을 내줬다. 이정현이 마지막 공격에서 3점을 던졌으나, 이정현의 슈팅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됐다. 이정현은 심판진에게 파울을 당했다고 어필했지만,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정리하기가 아까운 경기다. 상대의 운 좋은 슛 2개 때문에 흐름을 넘겨줬다. 그 2개의 3점 때문에 경기를 졌다.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변준형이 어려운 기술로 비수를 꽂았기에, 전창진 감독의 아쉬움은 큰 것 같았다. 또, KCC는 많은 걸 쏟았지만, 쏟은 만큼 잃은 게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KCC의 3차전은 더 어려워보였다.

3차전(2021.05.07. 19:00, 안양실내체육관) : 최상의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

최상의 시나리오
KGC인삼공사는 2차전에 고전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제러드 설린저와 전성현의 부진이다. 정규리그 전 경기(10경기)와 6강 플레이오프 3경기, 4강 플레이오프 3경기와 챔피언 결정전 1차전까지 두 자리 득점을 했던 설린저는 2차전에 단 8점만 넣었다. 야투 성공률 또한 11%(2점 : 1/13, 3점 : 1/5)에 불과했다.
전성현은 더욱 심했다. 7개의 야투(2점 : 2개, 3점 : 5개)를 시도했지만, 단 하나의 야투도 림에 꽂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투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 전성현은 지난 1월 16일 kt전 이후 처음으로 무득점에 그쳤다.
그래서 전창진 감독은 2차전 종료 후 “설린저 수비 전략을 특별히 짠 게 없다. 설린저가 외곽에서 하는 선수라 무섭지 않고, 라건아가 설린저를 잘 막았다. 전성현도 동선만 잡으면 막을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며 설린저와 전성현을 막는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설린저와 전성현이 2차전에 8점만 합작했음에도, KGC인삼공사는 2차전을 잡았다. KGC인삼공사는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 이긴 거고, KCC는 최상의 시나리오 속에 패했다. KGC인삼공사의 분위기가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변준형-이재도-오세근이 1~2차전에 제 몫을 했기에, 설린저와 전성현을 향한 견제 강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설린저와 전성현은 낮아진 견제 강도를 3차전에 잘 활용했다. 그 결과, 설린저는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고, 전성현은 오랜만에 폭발력을 뽐냈다.
설린저는 경기 종료 후 “공을 잡고 있으면, KCC 선수 다섯 명이 모인다. 나에게 쏠린 수비를 보면서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동료와 함께 하는 농구를 했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잘 했기 때문에, 우리가 좋은 경기를 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전성현 또한 “2차전 때 너무 부진했다.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했다. 경기를 다시 봤는데, 내가 너무 의기소침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오늘은 동료들을 위해 자신 있게 하려고 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두 선수의 말대로, KGC인삼공사는 5명의 이타적인 플레이로 강력함을 과시했다. 5명 모두 강력했던 KGC인삼공사는 플레이오프 9연승을 질주했다. ‘KBL 역대 최초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에 한 걸음만 남겨놓게 됐다.

최악의 시나리오
KCC는 안방에서 두 경기를 모두 내줬다. 특히, 2차전을 접전 끝에 졌기에, KCC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거기에 3차전까지 내주면 더 어려웠다. 그래서 전창진 감독은 3차전 직전 “오늘 경기가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거다. 2차전에 부진했던 송교창과 김지완이 적극적으로 했으면 한다”며 3차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한 번이라도 이기면, 반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린저가 지치고 있는 걸 봤기에, 오늘 경기를 이긴다면 우리 생각대로 시리즈를 치를 수 있다고 본다. 1~2차전의 아쉬움도 지울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라)건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라건아의 분투를 강조했다.
라건아는 플레이오프 내내 많이 뛰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팀에 라건아를 대체할 자원이 없고, 라건아만큼 설린저의 체력을 떨어뜨릴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KCC가 2차전을 접전으로 몰고 갈 수 있었고, KCC에 어느 정도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KCC는 살려줘서는 안될 선수들을 살려줬다. 앞선에서는 전성현의 슈팅을 놓쳤고, 라건아와 국내 빅맨은 설린저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와 마주한 KCC는 3쿼터까지 72-90으로 밀렸고, 1차전처럼 일찌감치 경기를 접어야 했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한 팀에 연속 3번 패하는 건, 감독이 부족해서 그렇다. 감독이 해법을 못 찾은 거다. 4차전을 잘 준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3번의 연이은 패배는 승부 근성 강한 호랑이마저 침울하게 만들었다.

 

4차전(2021.05.09. 13:40, 안양실내체육관) : 누군가는 역사를 썼고, 누군가는 역사에 남았다

KGC인삼공사가 집필한 역사는?
3차전에 다시 폭발한 설린저는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1쿼터를 8점으로 예열한 설린저는 2쿼터에만 17점을 퍼부었다. 3점슛 성공 개수 3개에 3점슛 성공률 100%, 리바운드 5개에 2개의 어시스트까지. 설린저가 살아난 KGC인삼공사는 47-33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설린저는 3쿼터에 9점으로 약간 부진(?)했다. 전성현이 3점을 터뜨렸지만, 국내 선수의 공수 집중력이 3쿼터에 떨어졌다. 잠시의 방심은 송교창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고, KGC인삼공사는 송교창한테만 3쿼터에 14점을 내줬다. 3쿼터 한때 20점 차 우위(62-42)까지 점했던 KGC인삼공사는 66-55로 3쿼터를 마쳤다.
4쿼터에는 라건아와 정창영의 투지에 더 흔들렸다. 경기 종료 6분 23초 전 70-65까지 쫓겼다. KCC의 공격 리바운드 가담에 더 쫓길 수 있었지만, 오세근이 스틸로 KCC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의 경기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었다. 더 쫓기면 역전을 당할 수 있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면, 추후 시리즈에 영향이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김승기 감독은 타임 아웃을 요청했다.
그 후 설린저가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힘을 비축하고 있던 설린저가 중요한 순간에 공격력을 과시한 것. 특히, 경기 종료 3분 18초 전에는 스틸에 이은 덩크로 벤치의 환호를 이끌었다. 80-67로 승리를 확신한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종료 1분 14초 전 문성곤 대신 양희종을 투입했다. 주장이자 베테랑인 양희종에게 마지막 순간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였다. 그리고 양희종은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만끽했다.
KGC인삼공사는 V3를 달성했다. 3번째 우승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KBL 역대 최초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팀을 바꿔놓은 제러드 설린저가 FINAL MVP가 됐다.(기자단 투표 86표 중 55표 획득) 김승기 감독 또한 “설린저의 비중이 50% 정도 되는 것 같다. 설린저는 국내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채워줬다”며 설린저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내 선수가 기반을 다져놓지 않았다면, KGC인삼공사의 우승은 있을 수 없었다. 특히, 이번 우승은 더 그렇다. 국내 선수가 제 몫을 하지 못했다면, KGC인삼공사의 강력함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KGC인삼공사의 10전 전승 우승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KCC, 역사에 남다
3번을 내리 진 KCC는 침통했다. 전창진 감독도 4차전 직전 “3번을 내리 지고 4차전에 임하는 기분은 썩 좋지 않다. 나 스스로 해법을 찾지 못한 게 안타깝다.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쉽게 못 들었다.
하지만 “우승하는 건 분명 어렵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겠다. 안 좋은 기록의 역사에 남고 싶지 않아서다. 정규리그 1위 팀으로서의 자존심을 찾았으면 좋겠다. 내리 4번을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오늘 경기를 잘 치른 후 전주에서 이기는 걸 최선의 목표로 삼겠다”며 역사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현과 송교창, 정창영이 각각 1쿼터와 3쿼터, 4쿼터에 투지를 보였다. 라건아 또한 마지막까지 설린저를 물고 늘어졌다. 그렇지만 KCC는 설린저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3차전에 이어 일찌감치 패배를 직감했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종료 3분 14초 전 마지막 타임 아웃을 요청했고, “이번 시즌 마지막 3분이다. 최선을 다해서 점수 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끝내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는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다.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드러난 경기였다. 내가 가장 많이 반성해야 한다”며 선수들의 기를 살렸다.
KCC는 KGC인삼공사의 역사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주눅 들 필요는 없다. 10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정규리그를 마쳤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아픔이 있었지만, 이 아픔 역시 KCC에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사진 및 자료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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