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기사는 9월 중순에 작성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 매거진 10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려드립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독 링크)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짜릿한 그 기분을 느낄까.” 가수 이승환의 ‘덩크슛’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덩크슛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농구 선수에게도 짜릿한 희열을 안겨주는 공격 기술이다.
그런 덩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소년이 있다. 홍대부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태훈의 이야기이다. 190cm의 키에 엄청난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슬램덩크가 인도한 농구
김태훈이 농구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게 된 ‘슬램덩크’라는 만화가 그에게 농구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김태훈은 그렇게 친구들과 코트로 향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곳은 학교 스포츠 클럽. 주말마다 농구를 하게 된 김태훈은 농구에 빠져들었다. 자연스레 농구 선수라는 꿈도 꾸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유가 있었다. 김태훈의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유도 선수 출신이다. 특히, 어머니는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현숙희 선수이다. 운동을 경험했던 그의 부모님은 아들만큼은 험난한 엘리트 체육의 길로 가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1년 내내 설득을 한 자녀의 꿈을 말리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김태훈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농구 선수의 꿈을 허락했고, 삼선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기대감에 부풀어 농구를 시작하게 된 김태훈. 하지만 그의 농구 인생은 두 달 만에 마무리를 지을 뻔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던 운동 강도로 인해 삼선초등학교를 나오겠다고 한 것이다. 김태훈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더라.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께 농구 안 하고 싶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태훈의 부모님이 말리셨다. 김태훈은 “부모님이 한번 시작한 것이니 마무리 지으라고 하셨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해보라고 하셨다. 재미있게도 1년이 지나고 나니 나도 운동에 적응했다. 농구를 계속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교에 올라갔다”며 한 번의 해프닝을 설명했다.
농구에 점점 재미를 들려가던 시점. 부상이 김태훈을 가로막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운동이 끝난 뒤 원인 모를 통증이 생겼다. 처음에는 운동을 하면 당연히 오는 느낌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통증으로 변해갔다. 중학교 때는 운동이 끝나면 20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왔다.
정확한 검진 결과는 부주상골증후군. 복숭아뼈 밑에 있는 뼈가 내려앉아 통증을 느끼게 하는 증후군이다. 부상을 치료하는 방법이 없기에 휴식만이 답이었기에 6개월가량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김태훈은 성장 클리닉을 다녔다. 그곳에서 발육에 도움 되는 운동을 한 덕분에 6개월 동안 키가 9cm나 컸다. 김태훈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운동은 쉬었지만, 돌아보면 값진 시간이었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무럭무럭 성장한 김태훈, 그를 가로막은 2020년
부상 복귀를 마친 김태훈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2학년이면 출전을 기대해봐도 될 만한 학년이다. 하지만 당시 홍대부중의 멤버는 매우 강했다. 때문에 김태훈이 뛸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출전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코트 대신 벤치에만 있었던 김태훈이지만, 그에게는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박무빈(고려대), 지승태(단국대), 인승찬(경희대) 등 홍대부중의 주축들과 연습을 하면서 기량을 키울 수 있었다.
그는 “팀을 나눠서 5대5를 하면 무빈이 형과 승태 형이 같은 팀이 되고는 했다. 그 팀에서 항상 나를 먼저 뽑아줬다. 형들 템포에 쫓아가려고 노력하니 농구가 늘었다”며 일취월장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뛰어난 기량의 형들이 졸업했고, 김태훈은 자신감을 앞세워 중학교 3학년 무대에 나섰다. 하지만 첫 대회인 춘계연맹전에서 홍대부중은 결선 1라운드에서 패하며 탈락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태훈은 부모님께 다시 한번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김태훈은 “4월이었다. 춘계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기고 운동 강도가 강해졌다. 너무 힘들었다. 순간적으로 어린 마음에 농구가 싫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모님이 중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하고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그럴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도 다시 농구가 재밌어지더라. 그래서 계속 하게 되었다”며 또 한 번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두 번의 방황을 한 김태훈은 홍대부고로 진학했다. 연계 학교로 올라간 덕분에 중학교 시절을 같이 보냈던 형들이 있었다. 그리고는 그들과 함께 2년 동안 4번의 우승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2018년 때 우승도 좋았지만, 2019년 3관왕이 기억에 남는다. 이무진 코치님께서 나를 식스맨으로 기용해 주셨다. 나름 많은 시간을 뛰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중학교 2학년 시절과 비슷한 마음가짐이었다. 경기에 들어가 3학년 형들에게 피해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다.”
한 살 위의 선배들과 정상의 기쁨을 누린 김태훈은 2020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팀의 주축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김태훈을 위한 무대는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대회가 취소되었기 때문. 게다가 훈련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겨 김태훈에게는 매우 복잡했던 시간이었다.
“동계 훈련을 다녀왔는데, 2월 말부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두 달 동안 쉴 수밖에 없었다. 5월에야 다시 훈련을 시작했는데, 계속 대회는 취소되더라. 그때마다 의욕을 잃었다. 8월에는 우리 학교에 일반인 확진자가 나와서 2주를 쉬었고, 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때문에도 계속 운동을 못 했다. 그러다 보니 수시를 접수할 때가 되었다. 정말 최악의 한 해였다”며 2020년을 돌아봤다.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하지만 김태훈은 자신의 기량을 뽐내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다시 그의 기량을 볼 수 있는 곳은 2021 대학리그. 물론, 수시 접수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큰 이변이 없다면 그의 플레이를 캠퍼스 내 체육관에서 볼 수 있다.

운동능력을 지닌 김태훈, 다른 장점도 연구한다
김태훈의 장점은 운동능력이다. 뛰어난 점프력을 지닌 김태훈은 190cm에도 덩크를 할 수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타고난 운동능력을 가진 덕분이다.
김태훈은 “신체 능력은 내가 가진 축복 받은 점이다. 어렸을 때는 단순히 빠르기만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점프력도 남들에 비해 좋더라. 그래서 점프를 계속 뛰다 보니 점점 더 탄력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구에서 덩크는 2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보는 이들에게 환호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태훈은 계속해서 덩크를 시도하려 한다. “내가 속공을 나가면 벤치에서 덩크를 하라고 소리친다. 이무진 코치님도 나에게 덩크를 계속 시도하라고 하신다. 나도 할 대마다 짜릿함을 느낀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시도한다.”
물론, 김태훈이 덩크 하나만 가지고 있는 선수는 아니다. 1대1 능력도 뛰어나다. 현재 김태훈의 아이솔레이션은 홍대부고의 주공격 옵션 중 하나이다.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그는 “1대1 공격이 솔직히 부담되기는 하지만, 재미도 있다. 안 들어갈 때면 주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점만 고치면 된다. 전에 실패한 공격을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자신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1대1 공격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밝혔다.
김태훈은 욕심이 많다. 덩크와 1대1 외에도 자신의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신체 능력보다 다른 점이 더 부각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예를 들면, 슈팅이나 수비 같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많이 배워서 또 다른 장점을 찾고 싶다”며 또 다른 장점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김태훈은 남은 농구 인생을 떠올리며 꿈을 밝혔다. “농구에서 김태훈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확실한 장점 하나가 떠오를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나의 역할을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는 김태훈의 바람이다.
김태훈은 확실한 장점을 보유했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신을 가꾸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농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김태훈. 그가 그려나갈 미래가 기대된다.
사진 제공 = 엠반스 스튜디오, 이주한 포토그래퍼
바스켓코리아 / 김영훈 기자 kim95yh@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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