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는 없다' 전자랜드 홍경기의 각본 없는 드라마

김아람 기자 / 기사승인 : 2019-12-31 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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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김아람 기자] "하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 노력이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


인천 전자랜드 홍경기(184cm, G)는 만화 슬램덩크의 슈터 정대만을 떠오르게 한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선수다. 그는 1988년생, 우리 나이로 서른두 살이다. 하지만 벌써 두 번의 은퇴를 겪었다.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홍경기는 선수로서의 위기를 극복해냈다.


개명 전 홍세용이었던 홍경기는 2011 국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0순위로 당시 안양 한국인삼공사에 지명됐다. 그러나 곧바로 원주 동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10년 4월, 인삼공사와 동부가 단행한 황진원-김명훈 트레이드에 2011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011-2012시즌 16경기에 출전한 홍경기는 평균 2분 28초 출전에 그쳤고, 팀 사정상 데뷔 1년 만에 군대에 가게 됐다. 전역 후 그는 웨이버 공시로 풀렸다. 그 과정에서 팀을 옮기지 못하며, 결국 첫 번째 은퇴를 하게 됐다.


1여 년 뒤, 농구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홍경기는 부산 KT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KT에 입단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정규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또다시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홍경기는 농구공을 놓지 않았다. 실업팀 놀레벤트에 입단해 2016년 전국체전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홍세용'에서 '홍경기'로 개명했다. 이후 몽골리그에도 진출했던 그는 2017년 여름에 전자랜드에 합류해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3년 가까이 홍경기와 함께한 김태진 코치는 홍경기를 "농구에 미쳐있는 선수"고 요약하며 "욕심도 많고, 열정적이다. 다만 의욕이 넘치다 보니 조절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그걸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올 시즌에 들어서는 안정감이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D리그에서 슛 성공률이 높았고, 득점도 많았다. 팀에서 원하는 방향이었고,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다. 그 과정에서 외곽포를 터뜨리는 등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했다. 계속 기회를 받는 상황이다. 한 달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하면서 경기에 나선 탓에 팀에서 29일 경기는 하루 쉬게 했다. 쉬라고 하지 않았으면 계속 열정적으로 했을 거고,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홍경기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최근에 계속 경기에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도 괜찮다"는 몸 상태를 알렸다.


한 달 넘게 쉬지 못한 게 사실이냐는 물음에는 "정확히 두 달이다(웃음). 보통 팀이 월요일에 쉬는데, D리그를 병행하면서 월요일에는 D리그에 다녀왔다. 정규리그는 오래 뛰지 않지만, D리그에서는 30분 이상 뛴다. (지난 25일) 홈에서 부산 KT와 경기할 때 상태가 별로라고 들으셨는지 휴식을 주셨다"라고.


덧붙여 "개인적으로 뭐든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운동할 때는 운동에 최선을 다하고, 쉴 때는 또 잘 쉬는 스타일이다. 운동할 때 열정적으로 하다 보니 코치님께서 항상 조절하면서 하라고 말씀해주신다"라고 전했다.


사실 홍경기의 선수 생활은 전자랜드에 온 이후에도 쉽지 않았다.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 동안 총 12경기, 평균 출전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현재까지 14경기에 출전해 평균 14분 26초 동안 코트를 밟고 있다. 평균 득점은 5.4점으로 14경기 이상 출전한 국내 선수 중 38위에 올라있다. 한 경기에 투입되는 국내 선수가 6~8명임을 감안하면, 10개 구단 기준으로 낮은 순위는 아니다.


그와 본격적으로 '농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경기는 자신의 농구 인생에 대해 "평탄하게 살면 좋겠지만, 내가 경험한 것들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겐 본보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내가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된 밑거름이다"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연이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건네자 "완전 커리어하이죠"라고 웃으며 "나를 믿고 계속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부모님께서 내가 농구 하는 걸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런데 내가 선수 생활을 일찍 끝낸 것을 아쉬워하셨었다. 동부에서 은퇴하고 다시 시작한 것에는 부모님 영향이 컸다. 지금 이렇게 농구를 다시 할 수 있게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부모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2경기가 있다"고 운을 떼며 "이달 1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20분 이상(22분 49초, 3점슛 1개 포함 10점 2리바운드) 뛰었다. 사흘 뒤 DB전(26분 21초, 3점슛 3개 포함 11점 3어시스트 3스틸)에서는 주축 선수로 뛰고 처음 이긴 경기라 기억에 남는다. 이 두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올 시즌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렇다면 홍경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 단점은 무엇일까.


홍경기는 "내 장점은 슛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욕심이 생긴다. 다른 것도 할 줄 아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기회가 되면 다른 부분도 해보고 싶다"며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단점으로는 '템포 바스켓'을 꼽으며 "경기할 때 내 몸 상태가 좋으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1일) 최근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도 흥분해서 5반칙 퇴장을 당했다. '강약' 조절을 해야 하는데 너무 '강'만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급 조절을 보완하고, 여유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발전을 예고했다.


한편, 유도훈 감독은 "특기 하나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리그에 자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D리그에서 특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슛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태진 코치 역시 홍경기에게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몸 관리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은 둔해질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에 인상 깊은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3점슛 성공률을 높이고, 슛 거리도 늘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상대 수비가 힘들어질 것이다"라며 D리그를 발전의 장으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홍경기는 "슛은 감각적인 부분이 크다. 모든 선수가 같을 것이다. 서서 쏘는 것보다 시합 때 나오는 슛을 연습하는 게 당연하다. 내 몸에 슛이 익숙해지게끔 코치님들과 훈련하고 있다.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다"며 "D리그에서는 여유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만, 정규리그에서는 조금 급해진다. 경기를 뛰면서 고쳐야 할 부분이다. D리그에서 슛과 코치님께서 주문하시는 작전 수행능력을 향상하려 한다"고 밝혔다.


평소 유도훈 감독에게 듣는 이야기도 부탁했다. 그는 "최근에 슛이 어느 정도 들어가니 상대 수비가 막으러 나온다. 그래도 슛 찬스가 나면 어떻게 해서든 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감독님께서 '그런 상황에서도 급하게 쏘지 말고, 제 타이밍에 제 폼으로 던져라'라고 말씀하셨다. 수비가 나오면 그걸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하셨다. 알고 있지만 쉽진 않다. 그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며 유 감독의 지시사항을 소개했다.


끝으로 "하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 노력이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고 다짐한 홍경기.


그는 "팀이 좀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챔피언에 다시 도전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다. 그런 무대에서도 경기에 뛰어보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팀에 보탬이 되겠다"며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채우려고 노력하지만, 준비한 만큼 경기에서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도 은퇴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면서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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