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아산 우리은행 NO.23 김단비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2-07-19 0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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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6월호에 게재됐다. 김단비와의 인터뷰는 5월 13일 오전에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1년 정기 구독 링크,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6월호 구매 링크)


5월 2일. 한국여자농구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신한은행을 상징하는 선수였던 김단비가 계약 기간 4년에 2022~2023 연봉 총액 4억 5천만 원(연봉 : 3억 원, 수당 : 1억 5천만 원)의 조건으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것.
FA 시장이 개장되기 전만 해도, 김단비가 신한은행을 떠날 거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신한은행 13번 김단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우리은행 23번 김단비’가 W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예정이다. 그래서 2022~2023 시즌은 김단비에게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레알 신한’ 그리고 ‘단비은행’
인천 신한은행은 WKBL을 대표하는 강팀이다. 특히, 2007년 겨울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범접할 수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WKBL 역대 최초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전주원(현 아산 우리은행 코치)과 정선민(현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 하은주 등 걸출한 선수들이 많았다. 여기에 빠지면 안 되는 인물이 또 하나 있다. 김단비다. 김단비의 운동 능력과 에너지 레벨이 더해졌기에, ‘레알 신한’이 완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왕조의 주역이 점점 이탈했다. 왕조의 막내였던 김단비가 홀로 신한은행을 지켰다. 그러나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짊어졌다. 신한은행의 위상 또한 점점 떨어졌다. 그런 이유로, ‘레알 신한’ 대신 ‘단비은행’이 신한은행의 별칭이 됐다.

신한은행에서 통합 6연패를 경험했습니다. 그 때부터 돌아봐주세요.
저희가 첫 우승을 할 때, 저는 신한은행에 없었어요. 2007~2008 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은 신한은행 소속이었지만, 게임을 뛰지 못했어요. 2009~2010 시즌 때에는 식스맨으로 뛰었고, 그 다음부터는 주전으로 우승을 했던 것 같아요.
신한은행이 그토록 강력했던 이유는 어떤 거였을까요?
그저 선수가 좋기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다들 잘하는 선수였지만,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배려도 많이 했어요. 그리고 훈련도 다른 팀보다 많이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좋은 성과를 내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신한은행의 주축 자원이 점점 빠져나갔고, 김단비 선수의 부담감도 점점 커졌습니다.
많이 힘들었어요. 농구도 그랬고, 마음도 그랬어요. 성적도 안 나다 보니, 힘든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신한은행 왕조’가 ‘우리은행 왕조’로 바뀌었습니다. 왕조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복합적인 심경이 들었을 것 같아요.
우리은행이 엄청 힘들게 훈련해서 우승을 한 거잖아요. 그걸 보면서, 처음에는 ‘나는 우승 많이 해봤으니까, 저렇게 힘들게 우승하고 싶진 않다’고 생각했어요.(웃음) 또, 성적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우승을 오랜 시간 동안 하지 못했고, 꼴찌도 했어요. 그러면서 ‘챔피언 결정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LAST GAME
신한은행은 2019~2020 시즌부터 긍정적인 변화를 맞았다. 야인이 된 정상일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한 것. WKBL을 오랜 시간 경험한 정상일 감독에게 ‘분위기 쇄신’을 요구했고, 정상일 감독은 무너졌던 신한은행을 조금씩 재건했다.
그러나 2021~2022 시즌 개막 직전, 신한은행에 악재가 터졌다. 정상일 감독이 건강 문제로 자진 사퇴한 것. 수석코치였던 구나단이 감독대행이 됐고, 에이스이자 컨트롤 타워인 김단비도 구나단 감독대행의 농구에 적응해야 했다.
‘구나단표 신한은행’은 꽤 선전했다. 2020~2021 시즌처럼 정규리그 3위를 기록했지만, 경기력이 달라졌다. 더 짜임새 있고 더 빠른 공수 템포로 ‘결과’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도 얻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신한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2021~2022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 이후, 일부 선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된 것. 그 중 한 명이 김단비였다. 2차전에 어렵사리 복귀했지만, 신한은행은 2차전에도 우리은행에 패했다.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김단비한테 2021~2022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정상일 감독님께서 자진 사퇴하셨고, 구나단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이 됐습니다. 혼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감독님의 자진 사퇴 소식이 나왔을 때, 저는 대표팀에 있었어요. 대표팀에서 돌아온 후에는 구나단 감독님-이휘걸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시즌 초반에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게임을 뛸 수 있는 몸이 아니었고,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어요.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저도 부담 없이 뛰었던 것 같아요.
2021~2022 시즌 정규리그에 3위를 차지했습니다. 2020~2021 시즌과 같은 결과였지만, 경기력은 선두권을 위협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2020~2021 시즌에는 ‘이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또, 확실한 3위가 아니었어요. 4위도 생각해야 했죠. 플레이오프를 빠르게 확정한 것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정규리그 3위를 일찍 확정했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습니다.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도 커졌고요.
그렇지만 김단비 선수는 정규리그를 치른 후 코로나19에 확진됐습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 복귀했지만, 그 경기가 마지막이 됐습니다.
다른 종목의 사례를 보니, 원정 경기에서 많이 걸렸더라고요. 정규리그 말미에 원정 3연전을 해서,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올 게 왔더라고요.(웃음)
정규리그 후반부에 걸렸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어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2차전만큼은 플레이오프다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확진된 선수들 모두 힘들어했지만, 다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시합에 임했던 것 같아요.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신한은행에 남지 않았다
김단비는 2021~2022 시즌 종료 후 FA가 됐다. 모든 구단과 협상을 할 수 있는 2차 FA. 그래서 김단비의 주가는 여전히 높았다.
그러나 ‘김단비는 신한은행에 남을 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의 관계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단비가 신한은행을 떠날 거다’는 소문이 구체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래도 루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루머는 현실이 됐다. 우리은행이 지난 5월 2일 “김단비와 계약 기간 4년에 2022~2023 시즌 연봉 총액 4억 5천만 원(연봉 : 3억원, 수당 : 1억 5천만 원)으로 계약했다”고 발표한 것.
충격이 컸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의 ‘원 클럽 플레이어’이자 ‘에이스’였기 때문. 그런 그녀가 신한은행을 떠났다. 신한은행에서 13번을 달았던 김단비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2021~2022 시즌 종료 후 FA가 됐습니다. 이전 FA와 다른 점이 있었나요?
규정이 바뀌고 나서(WKBL은 2019~2020 시즌 종료 후 FA 규정을 바꿨다. 2차 FA부터는 원 소속 구단과 우선 협상을 폐지한 게 핵심이었다. 즉, 2차 FA는 모든 구단과 동시에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지녔다는 뜻이다), 처음 FA가 됐습니다. 그런 것도 생각했지만, 농구하면서 마지막 FA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신한은행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솔직한 제 생각을 말씀드렸어요.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순간적인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선택을 하는 거다. 팀을 위한 선택도 후배 선수들을 위한 선택도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선택을 하겠다”고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님께서 계속 만나자고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단비 선수가 처음에는 거절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 소속 구단인 신한은행과 먼저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순위는 신한은행이었으니까요. 위성우 감독님한테 그런 생각을 전했고, 위성우 감독님께서도 그걸 이해해주셨습니다.
위성우 감독님을 결국 만났습니다. 위성우 감독님과는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사실 FA 첫 날부터 위성우 감독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FA가 시작되고 나서, 가장 먼저 전화를 주셨죠. 감독님께서는 처음 전화를 할 때부터 “이제는 우리가 다시 만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을 하면서 너랑 다시 한 번 같이 하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제가 어렸을 때 만났던 분이 저를 찾아주신 거잖아요. 감독님한테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따뜻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우리은행과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어떤 마음이 들던가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에는, 별 생각이 안 들었어요. 다만, (우리은행과 계약을 확정한 후) 신한은행이랑 통화할 때, 많이 슬펐고 많이 이상했던 것 같아요.

아산 우리은행 NO.23 김단비
신한은행의 13번은 이제 없다. 김단비가 신한은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김단비 또한 “13번은 신한은행에 두고 오고 싶었다”는 말을 여러 매체에 전했다.
김단비는 지난 5월 11일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받았다. 이틀 후 기자와 인터뷰를 위해 유니폼을 가지고 왔다. 그 때 김단비의 백 넘버를 알게 됐다. 김단비가 우리은행에서 달게 될 번호는 23번이었다.
우리은행의 23번이 된 김단비는 우리은행 소속 선수로서 목표를 설정했다. 목표는 비교적 간단했다.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김정은 선수와 시즌 중에도 이야기를 많이 나눈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과 김단비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대화 방식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정은_
나이가 들면 고생만 한다. 우리 같이 반반 나눠서 해보자
김단비_이렇게 말하는 건 템퍼링(사전 접촉)이에요(웃음)
김정은_내가 감독님이나 코치님, 사무국도 아니고, 선수끼리는 이야기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나이 들어서 (박)지수(청주 KB스타즈)를 혼자 막는 게 힘든데, 너와 내가 지수를 반반 나눠 막는 건 어떻겠냐?
김단비_언니. 지수는 막는 게 아니에요. 그냥 줘야 되요(웃음). 그리고 계속 이렇게 연락하시면, 저 언니 차단할 거예요(웃음)
FA가 되고 나서는 김정은 선수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그렇게 대화하고 나서, 언니한테 연락이 안 왔어요. 제가 FA가 될 때까지요. 오히려 제가 FA가 되고 첫 날에 언니한테 연락했어요. 그 때 정은 언니가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고, 언니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줬어요.
정은 언니도 하나원큐의 원 클럽 플레이어였다가 우리은행으로 옮겼잖아요. 저도 같은 상황이었었고, 정은 언니가 우리은행의 좋은 점과 안 좋은 점 모두 솔직히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래서 정은 언니의 조언이 더 힘이 된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위성우 감독님의 혹독한 조련을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에 가면, 위성우 감독님의 혹독한 훈련을 또 다시 견뎌야 합니다.
감독님한테는 “감독님께서 운동 많이 시키시면 언론에 다 이야기할 거예요. 감독님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들 거예요(웃음)”라고 일찌감치 말씀드렸습니다.(웃음)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별 생각이 없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재질이 아니네’라는 정도?(웃음)
등번호를 23번으로 정하셨습니다.
정은 언니(김정은의 등번호는 13번이다)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13번이라는 번호는 신한은행에 두고 싶었어요. 23번에는 큰 의미가 없어요.(웃음) 대표팀에 있을 때 달았던 번호였죠.
이제 곧 아산의 팬들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아산이순신체육관을 홈 코트로 쓸 예정입니다.
우리은행 팬들한테는 벌써 메시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하다. 와주셔서 너무 좋다’라고요.
제가 신한은행 소속이었을 때, 어웨이 라커룸을 썼습니다. 아산의 어웨이 라커룸은 너무 좁았어요. ‘홈 라커룸은 얼마나 클까?’라는 궁금증이 들어요.(웃음)
‘신한은행 김단비’가 아닌 ‘우리은행 김단비’가 됐습니다.
마음 한쪽은 좋지 않겠지만, 하나의 색다른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 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원정 팀의 선수로서 인천도원체육관을 갑니다.
아직까지는 그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상할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홈 라커룸으로 갈 것 같아요.(웃음), 게임을 하다가도, 마음이 조금 그럴 것 같아요.
2022~2023 시즌을 임하는 목표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큰 결심을 했고, 큰 변화를 줬어요. 이제는 새로운 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잘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해요. 건강한 몸일 때, 최선을 다하고 잘할 수 있거든요. 또, 우리은행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우리은행에 있는 선수들과 잘 맞춘다면, 더 재미있게 농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 = 김우석 기자(본문 1-4-5번째 사진),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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