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은 뒤를 돌아본다. 뒤를 돌아볼 때, 숱한 아쉬움을 느낀다. 그런 감정을 ‘후회(後悔)’라고 부른다.
박상률 임호중 코치는 일생의 대부분을 농구와 함께 했다. 농구와 함께 했던 순간을 아쉬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농구와 함께 했던 순간을 즐겼고, 농구와 함께 할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마산고와 목포대를 졸업한 박상률은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다. 그러나 200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인천 SK 빅스(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부름을 받았다. ‘목포대 출신 최초 프로 선수’였다.
흔치 않은 타이틀을 단 박상률은 꽤 오랜 시간 프로에서 뛰었다. 개인 통산 270경기를 소화했다. 통산 평균 출전 시간도 16분 38초로 나쁘지 않았다. 통산 평균 기록 또한 4.3점 1.7어시스트 1.1리바운드로, 출전 시간 대비 괜찮은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2013~2014시즌 종료 후 은퇴했다.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명예롭게 은퇴했다. 가족과 지인들, 동료들의 축하 속에 은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 박상률’의 마지막 기억은 ‘기쁨’이라는 감정으로 남아있다.
200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6순위로 프로에 입성했습니다.
사실 수련선수로 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트라이아웃 때부터 뭔가 잘 풀렸어요. 출전 시간도 많이 받았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많았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유재학 감독님(당시 SK 빅스 감독, 현 울산 현대모비스 총감독)께서 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저한테 속으신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기자님께서 “잘하면 뽑힐 것 같은데, 기분이 어때요?”라고 저한테 물어보셨어요. 저는 ‘그냥 하시는 말씀이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실감이 안 났죠. 그래서 말을 얼버무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SK 빅스의 부름을 받았어요. 많은 기자님들께서 저한테 오시더라고요. 너무 얼떨떨했어요. 그리고 부모님께서 저 몰래 오셨는데, 부모님도 얼떨떨해하시더라고요.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목포대학교 출신 선수 중 최초로 프로에 입단했습니다. 어떤 의미였을까요?
‘처음’이라는 의미는 컸습니다. 자부심도 컸고, 뿌듯함도 컸습니다. 또, 후배들의 길을 조금이나마 터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기뻤습니다.
2004~2005시즌에는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정규리그 52경기에 나섰고, 평균 24분 43초 동안 6.0점 3.6어시스트 1.9리바운드에 1.3개의 스틸을 기록했습니다.
‘뛸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실력도 체력도 부족했거든요. 그렇지만 새로 부임하신 박수교 감독님께서 “주전으로 내보낼 테니, 준비하고 있어”라고 하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형들이 많이 다쳐서, 제가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KCC전에서 처음으로 20점을 넣었어요. 경기력이 나와서였는지, 감독님께서 저한테 출전 시간을 더 주셨어요. 더 믿어주기도 하셨고요. 제 실력 때문이라기보다, 주어진 기회를 잘 잡은 게 컸던 것 같아요.
2013~2014시즌 종료 후 은퇴하셨습니다.
농구를 조금 더 하고 싶기는 했어요. 하지만 은퇴 후에 목포대 감독으로 가는 게 확정됐어요. 저한테는 너무 좋은 기회였죠. 그래서 은퇴를 선택했고요.
은퇴식 때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해당 시즌에 주장을 맡았습니다. 은퇴식도 했고요. 명예롭게 은퇴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은퇴를 결정하고 나니, 감정이 조금 그렇더라고요. 가족들과 친구들, 후배들이 은퇴식을 찾아줘서, 감정이 격해졌어요. 그래서 많이 운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바보 같았죠.(웃음)

박상률은 은퇴 직후 모교인 목포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선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안양 KGC인삼공사로 돌아왔다. KGC인삼공사의 코치를 맡았다.
2015년에는 부산 KT(현 수원 KT)의 코치로 부임했다. KGC인삼공사 시절을 포함해, 4년 동안 프로 지도자의 경력을 쌓았다. 다양한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는 농구 인생의 큰 자산이 됐다.
은퇴 직후 목포대학교 감독을 맡았습니다.
목포대 감독직이 공석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이상범 감독님(현 원주 DB 감독)께서도 그걸 알고 계셨죠. 목포대에 계신 교수님한테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덕분에, 저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부임 기간은 짧았지만, 많은 걸 느꼈습니다. 힘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뭔가를 특별하게 가르친 건 아니었지만, 후배들을 지도하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2014~2015시즌에는 KGC인삼공사 코치로 부임했습니다.
KGC인삼공사 코치로 계셨던 은희석 감독님(현 서울 삼성 감독)께서 연세대학교 감독으로 부임하셨습니다. 코치 자리에 공석이 생겼죠.
그 때 이동남 감독님(정확한 명칭은 감독대행이다)과 김성철 코치님께서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그 정도의 역량을 지닌 게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습니다. 목포대의 운동 환경이 썩 좋지 않았고, 저 스스로 목포대에 계속 있어야 하는 건지 고민했어요. 또, 결혼을 해서 더 안정적인 환경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때 KGC인삼공사에서 저한테 경력을 쌓게끔 배려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선수로 KGC인삼공사에서 뛰었습니다. 하지만 코치로 KGC인삼공사에 있는 건, 다른 문제였을 건데요.
처음에는 ‘코치들이 왜 선수들을 강하게 잡을까? 왜 힘들게 운동을 시키는 걸까?’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선수 입장에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1~2달 정도 지나고 나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선수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강한 채찍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당근도 많이 필요하고요.
2015~2016시즌부터 KT 코치를 맡았습니다.
KT 감독으로 부임하신 조동현 감독님(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께서 “전력분석 겸 코치를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제가 선수 시절부터 존경했던 조동현 감독님이었기에,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러나 KT는 2015~2016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조동현 감독님께서 처음 감독을 맡으셨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셨죠. 하지만 노력했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감독님도 힘드셨던 것 같아요. 건강도 많이 안 좋아지셨고요.
그렇지만 허훈과 양홍석이라는 좋은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그게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팀을 잘 꾸렸다고 생각했고,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재계약을 하지 못했습니다.(웃음) 좋은 팀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대학교와 프로 팀에서 코치를 경험했습니다. 느낀 게 많으셨을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목포대는 2부 학교입니다. 운동에 많은 비중을 두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열심히 했습니다. 새벽부터 야간까지 운동을 했어요.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계가 있었죠.
그리고 프로 팀으로 왔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이었어요. 운동을 대하는 의식부터 달랐어요. 저 역시 하나하나 배우려고 했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몸으로 느끼려고 했어요.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4년 동안 대학교와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박상률은 지난 2019년 군산중학교 코치로 부임했다. 2년 동안 군산중학교의 틀을 다졌다. 그리고 2021년. 김해에 위치한 임호중학교의 코치로 부임했다.
군산중 시절부터 3년 동안 학생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프로 선수들 그리고 대학생 선수들과는 너무 다른 성격의 선수들이다. 그래서 박상률은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해야 할 일을 강조했다.
2019년부터 군산중학교의 코치를 맡았습니다. 중학생을 지도하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먼저 김보현 코치(현 서울 삼성 코치)와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부임할 때만 해도, 선수가 4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만뒀다가 다시 들어온 친구 때문에 5명이 됐지만, 선수 수급이 저희한테 가장 중요했습니다.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학교는 전국체전 평가전에서 5년 넘게 전주남중한테 졌습니다. 그래서 훈련 방식과 패턴 모두 평가전에 맞췄습니다.
선수들도 잘 따라줬습니다. 전주남중 멤버가 좋았는데도, 저희가 6년 만에 평가전을 이겼어요. 저희 애들이 평가전을 이긴 후에, 저를 반대했던 분들도 너무 잘해주셨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그때부터 달라졌던 것 같아요.
2021년부터 임호중학교 코치를 맡았습니다.
전임 코치였던 김용우 코치가 가야고 코치로 부임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임호중 코치로 오는 게 어떻겠냐?”고 묻더라고요.
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가족을 생각했어요. 집이 부산이다 보니, 선수 때부터 아내랑 함께 산 적이 없었거든요. 임호중이 김해에 있기 때문에, 저한테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임호중학교의 운동 환경은 어떻던가요?
김용우 코치가 팀을 잘 만들었습니다. 다만, 저희 학교가 부산과 창원 사이에 있다 보니,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뛸 선수는 있었지만, 다음 해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연계 학교인 동광초등학교와 주변에 있는 유소년 클럽을 자주 찾아갔고, 스카웃 제의를 위해 부모님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다행히 많은 친구들이 저희 학교에 왔고, 지금은 자리가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아요.
또, 서정관 부장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셨습니다. 농구부를 위해서라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으세요. 아이들의 인성도 챙겨주시고요. 서정관 부장님 덕분에, 저는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만의 지도 방식도 터득하셨을 것 같아요.
아직은 그런 걸 터득하지 못한 것 같아요.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제 색깔도 불명확하고요. 그래서 주위에 있는 코치님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김현수 화봉중 코치와 김일모 금명중 코치를 예로 들었다)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입니다. 많은 걸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건, 모든 지도자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학생 선수들을 가르치는 일이라면 더 그럴 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초 체력과 코트 밸런스를 맞추는 법, 경기에 필요한 기본 기술 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기본에만 치우친다면, 다른 걸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 선수들이 기초와 체력을 쌓아야 하는 건 맞지만, 경기 감각과 실전 요령도 배워야 해요. 현대 농구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도 알아야 하고요.
그래서 스킬 트레이닝을 적극 찬성합니다. 저 역시 학생 선수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실전에서 써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요즘 학생 선수들은 농구 영상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저도 그런 것들을 알아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모든 농구인이 그렇듯, 박상률도 대부분의 시간을 ‘농구공’만 보고 살았다. 물론, 농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여러 위치를 경험했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일을 했던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상률은 ‘후회’라는 단어를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움’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인터뷰를 웃으면서 마무리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농구’는 어떤 의미인가요?
거창한 뭔가를 말씀드리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분명한 건, 농구는 제 인생과 함께 한 존재라는 겁니다. 농구 때문에 즐거웠고, 농구 때문에 모든 걸 얻었거든요. 앞으로도 함께 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박상률의 농구 인생’을 한 번 돌아봐주세요.
험난한 과정 끝에 프로로 왔습니다. 프로 생활 역시 순탄치 않았고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지도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재미있습니다. 힘든 점도 있기는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농구를 하실 건가요?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살을 빼기 위해 농구를 시작했습니다.(웃음) 아마 제가 다닌 학교에 다른 운동부가 있었다면, 다른 운동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농구하기에는) 신체 조건이 좋지 않아서(웃음), 다른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농구가 주는 매력이 워낙 커서,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KBL(본문 1~3번째 사진), 박상률(본문 마지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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