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눈물’은 ‘박소희의 끝’이 아니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06-16 10: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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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5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4월 10일 오후 3시에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2023년 3월 8일. 박소희(부천 하나원큐)에게는 의미 있는 날이다. 생애 단 한 번뿐인 프로 신인왕을 차지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소희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남은 선수 생활을 눈물로 끝낼 마음은 없었다. 다른 목표들을 설정했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서다.

BIG 3

박소희가 WKBL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시기는 2021년 7월이었다. 박소희는 당시 대한민국 여자농구 18세 이하 국가대표팀 자격으로 박신자컵을 찾았다. 프로 선배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를 했다.
분당경영고 출신인 박소희는 패스 센스와 슈팅 능력을 겸비한 듀얼 가드. ‘제2의 박혜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높은 평가 속에 2021~2022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 참가했고, 이해란(용인 삼성생명)-변소정(인천 신한은행)과 함께 BIG 3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박소희는 전체 2순위로 하나원큐에 입단했다.

2021년 7월, 18세 이하 대표팀 자격으로 박신자컵에 참가했습니다.
저희 세대가 고등학생 최초로 박신자컵에 참가했어요. 부담감도 컸고, 긴장도 됐어요. 하지만 친구들이랑 함께 해서 편한 점도 많았어요. 그래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생각해요.(박소희를 주축으로 한 18세 이하 대표팀은 박신자컵 4강에 진출했다)
2021~2022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하나원큐에 입단했습니다.
예전부터 하나원큐를 가고 싶었어요. 시설과 팀 분위기 모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또, 같은 학교 출신인 (김)하나 언니가 있어서, 하나원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하나원큐가 박소희를 뽑을 거다”는 소문이 드래프트 전부터 들렸어요. 하지만 저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하나원큐가 나를 불러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했거든요. 제 이름이 불리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호명된 후 울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18세 이하 대표팀 때부터 주목받았습니다. 내심 부담을 느꼈을 것 같아요.
저랑 (이)해란이, (변)소정이가 BIG 3로 꼽혔어요. 프로 입성 전부터 주목을 받았죠.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내가 못하면, 사람들이 실망을 할 건데...’라는 걱정도 했고요.

부상
박소희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다. 그러나 박소희를 둘러싼 불안 요소가 있었다. 바로 ‘부상’이었다. 그것도 농구 선수가 지니면 안 되는 ‘무릎 부상’.
물론, 박소희는 신입선수선발회 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난 무릎 수술을 한 게 아니라, 시술을 한 거다. 연골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시술이었다. 시술 후 3시간 만에 걸었다. 한 달 후에는 뛰어다녔다”며 이를 일축했다.
그렇지만 박소희는 프로 입성 후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했다. 박소희의 데뷔 시즌은 8경기 평균 12분 18초. 다른 동기들이 오랜 시간 코트에 있는 반면, 박소희는 코트 밖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2021~2022시즌이 박소희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던 이유다.

2021년 10월 25일 아산 우리은행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박소희는 해당 경기에서 1분 53초를 나섰다)

코트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갑자기 “(박)소희야 나와”라고 했어요. 얼떨떨하더라고요. 당시 주장이었던 (고)아라 언니(현 아산 우리은행)가 “긴장하지 마. 자신 있게 해”라며 저를 편하게 해주셨지만, 저는 불필요한 행동으로 팀에 해를 끼쳤어요. 저희가 팀 파울에 걸렸을 때, 제가 파울을 했거든요. 내주지 않아도 될 자유투를 허용해서, 의기소침했던 기억이 나요.
데뷔 시즌에는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습니다. 부상 때문이었나요?
이훈재 감독님(현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코치)께서 저한테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부딪혀봐”라며 자신감을 주셨죠. 그렇지만 저는 8경기 밖에 못 뛰었어요. 왼쪽 무릎에 피로골절이 왔거든요. 그 후에는 코트에 나서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어요.
잠깐이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느껴지셨나요?
고등학교 때는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플레이나 1대1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프로는 달랐어요. 팀에 맞는 공수 움직임을 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언니들과 합을 맞추지 못했던 상태라, 더 어려웠어요. 언니들과의 피지컬이나 기량 차이도 엄청 컸고요.

새로운 시작
2021~2022시즌은 기억하기 싫은 시간이었다. 박소희도 하나원큐도 그랬다. 박소희는 부상 때문에 허덕였고, 하나원큐는 5승 25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기 때문이다.
하나원큐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김도완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김도완 감독은 ‘수비’와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졌다. 또, 경험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박소희는 새로운 코칭스태프의 지도 하에 새롭게 시작했다.

김도완 감독님께서 새롭게 오셨습니다. 박소희 선수에게는 어떤 점을 주문하셨나요?
“아무리 못 넣더라도, 찬스에서는 무조건 던져”라고 해주셨어요. 저의 슈팅 성공률이 좋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감독님께서는 “실수해도 괜찮고, 못 넣어도 괜찮다. 피하지 말고 부딪혀라.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다”며 자신감을 주셨어요.
프로 첫 비시즌 훈련이기도 했습니다. 아마추어 때와는 어떤 게 달랐나요?
고등학교 때는 눈 오는 겨울에 체력 훈련을 했지만, 프로에서는 정말 더울 때 체력 훈련을 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과 지구력, 코어 운동 모두 언니들을 따라가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수비 전술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처음 알았어요. 고등학교에서는 제 매치업만 막으면 됐는데, 프로에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스크린 대처법과 팀원들 간의 호흡, 상대 선수들의 장단점에 따른 수비 방법 등 생각해야 할 게 많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긴 옵션이 있을까요?.
프로 입단 후 슈팅 폼을 바꿨어요. (프로에서는) 수비가 강하다 보니, (아마추어 시절에 했던) 원래 폼으로 던지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이번 시즌 끝날 때까지 폼을 교정했어요. 어색한 점도 많았지만, 바뀐 폼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 던졌어요.

쌓이는 경험
박소희는 2022~2023시즌 정규리그 26경기를 소화했다. 경기당 14분 56초 동안 평균 4.4점 1.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데뷔 첫 시즌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를 쌓았다. 특히, 에이스 가드인 신지현이 부상으로 나갔을 때, 박소희는 더 많은 경험을 했다.
김도완 감독도 박소희에게 자신감을 부여했다. 지난 2022년 12월 24일 부산 BNK 썸과의 경기 중 인상적인 말을 했다. “너 1대1해. 너가 밖에서 쏘든, 수비수랑 싸워서 파울을 만들어내든. 도망 다니면 농구 안 시킨다”고 강하게 말했다. ‘공격적인 플레이’와 ‘경험’이 박소희 같은 유망주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데뷔 두 번째 시즌이 됐습니다. 첫 번째 시즌보다 훨씬 많이 코트에 나섰는데요.
시즌 초반에는 실수도 많이 했고, 기도 많이 죽었어요. 그렇지만 많이 뛰다 보니, 저도 모르게 길이 보였어요. 여유도 조금 생겼고요. 저에게 소중한 경험을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너무 감사했어요.
김도완 감독님의 타임 아웃(2022년 12월 24일 vs 부산 BNK 썸)이 기억에 남습니다. 박소희 선수는 타임 아웃 직후 파울을 얻었는데요.
주축 언니들이 그때 부상으로 많이 빠졌어요. 밑에 있는 선수들만 뛰어야 했죠. 하지만 저는 소심하게 공격했고, 감독님께서는 저의 소심함을 고쳐주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더 강하게 이야기하신 것 같아요.
그때의 타임 아웃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자신감도 올라왔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커졌어요. 그런 마인드로 공격했더니, 더 잘 풀린 것 같아요.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첫 시즌과 가장 달라진 건 무엇이었을까요?
팀 디펜스 적응도가 시즌 초반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상대 선수들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됐고요.

눈물의 신인왕, 그리고
박소희는 2022~2023시즌 신인왕 자격을 얻었다. 정규리그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 110표 중 106표 획득. 압도적인 지지 속에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했다.
박소희는 신인왕을 차지한 후 한없이 울었다. 김도완 감독에게 혼났던 기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했다. 울음 섞인 소감은 많은 팬들에게 화제가 됐고, 많은 관계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러나 박소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인왕이 아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하나원큐에서 해야 할 것도 많다. 박소희가 설정한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신인왕을 차지하셨습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기대도 안했고, 욕심도 없었죠. 하지만 감독님께서 시즌 후반부에 “너가 신인왕 후보에 올랐는데, 욕심이 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서야 제가 신인왕 후보에 오른 걸 알게 됐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신인왕에) 욕심을 낸다면, 더 안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상식 당일에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들 “(신인왕 수상) 준비해. 너가 신인왕인 것 같아”라고 해주셔서, 그때부터 수상 전까지 소감을 계속 연습했어요.(웃음)
눈물 섞인 소감이 화제가 됐습니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김도완 감독님을 향한 디스(?)가 섞인 소감도 그랬고요.
너~무 해명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제가 눈물 흘린 이유는 감독님 때문이 아니에요. 제가 기죽지 않게 위로해준 언니들 때문이었어요. 제가 풀 죽어있을 때, 언니들이 옆에서 “더 해도 돼. 더 공격적으로 해. 괜찮아”라고 위로해줬거든요.
그런 언니들을 생각하니 울컥한 거였는데, 하필 감독님을 이야기하는 타이밍에 눈물이 터졌어요. 감독님을 디스할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버스를 타는데, 감독님께서 “두고 보겠어”라며 농담조로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조금 있으면, 비시즌 훈련을 시작합니다. 어떤 것부터 보완하고 싶으세요?
가장 보완하고 싶은 건 수비와 슈팅이에요. 이번 비시즌 훈련은 그 두 가지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목표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2022년 여름에 세웠던 목표는 부상 없이 전 경기를 나서는 거였어요.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전 경기에 나서는 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전 경기 출전’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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