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즌 최고 경기로 꼽아도 될 것 같다’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 이구동성이다. 2024년 대미를 장식한 울산 농구 영신에 대한 평가다.
12월 31일 10시, 2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모비스와 3위를 달리고 있는 대구 한국가스공사 일전이 펼쳐졌다.
우려와 기대가 존재했다. 현대모비스는 상승세지만, 관중이 많았던 경기에서 대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고, 한국가스공사는 이기는 경기와 패하는 경기의 차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양 팀 모두 상위권이 포진해 있고, 농구 영신이라는 특별한 이벤트에 선수단이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결과는 ‘100% 만족’이었다.
시작은 현대모비스가 가져갔다. ‘울산 셀럽’ 박무빈의 연속 3점포에 더해진 게이지 프림 득점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현대모비스는 잠시 추격을 허용했지만, 중반을 넘어 터진 이우석 3점포를 신호탄으로 함지훈 등 득점이 계속되면서 23-13, 10점차 리드를 가져갔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현대모비스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불안감이 머리를 스쳤다. 한국가스공사의 대패가 머리 속에 그려졌기 때문. ‘싱거운 경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우였다. 종료 3분 여를 남겨두고 터진 차바위 3점 등으로 5점차로 따라붙었다. 현대모비스가 보고 있지 않았다. 박무빈, 옥준, 함지훈 릴레이포로 28-18, 10점차 리드와 함께 1쿼터를 정리했다. 쿼터 중반 불안감이 문득 떠올랐던 순간이었다.
이 역시 기우였다. 경기 재개와 함께 한호빈에 3점을 허용, 18-31로 점수차를 내주었던 한국가스공사는 성공적인 압박 수비에 더해진 벨란겔의 공격에서 활약에 힘입어 맹렬한 추격전을 전개했다. 점수차가 계속 줄어 들었다. 중반을 넘어 38-40, 2점차 턱밑까지 추격했다. 투지와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 느껴졌다. 결국 현대모비스가 48-43, 5점을 앞서며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한국가스공사 추격전이 강렬했던 2쿼터였다.
내용도 매우 알찼다. 양 팀 모두 40점+ 득점을 만들었다. 20분 내내 빠른 공수 전환 속에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 계속되었지만, 턴오버가 합계가 6개에 불과했다. 현대모비스가 4개를, 한국가스공사가 2개에 불과했다. 현대모비스는 야투 성공률 63%를 남겼고, 한국가스공사는 44%를 기록했다. 리바운드는 17-12로 한국가스공사가 앞섰고, 어시스트는 13-9로 현대모비스가 우위를 점했다. 현대모비스가 5점을 앞서게 된 근거였다.
후반전은 전반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그럴 수 없었다. 그 만큼 전반전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방패를 부수는 창이 날카로웠고, 창을 막는 방패도 수준급이었던 20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관중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도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3쿼터는 양 팀 방패가 빛을 발했다. 키워드는 맨투맨과 스위치 그리고 효율적인 로테이션이었다. 압박도 더해졌다. 전반전을 통해 양 팀 공격 핵심 공격 루트와 선수 개개인 컨디션을 파악한 양 팀은 수비에서 확실한 방향을 가져갔고, 선수들은 응답했다. 3쿼터 합계 점수가 36점에 불과(?)했다.
서로의 야투 성공률이 40% 초반에 머물 정도로 수비에서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트랜지션과 관련한 이슈는 놓치지 않으며 관중들 시선을 경기에 몰아 넣었다. 몰입도는 100%였다. 현대모비스가 달아나지도, 한국가스공사가 역전하지 못하는 크로스 게임 흐름이었다.

6점차 현대모비스 리드. 이날 양 팀 집중력과 투지를 감안할 때 우세라고 할 수 없는 우세였다. 경기 템포는 3쿼터에 비해 빨라졌다. 체력은 이미 선수들 안중에 없는 듯 했다. 승리에만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현대모비스는 함지훈과 숀 롱이 번갈아 득점포를 가동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벨란겔과 김낙현으로 응수했다. 쿼터 초반 한국가스공사 66-66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승부가 완전히 미궁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2분이 지나면서 현대모비스가 함지훈은 연속 득점과 롱의 덩크 등으로 한 차례 달아났다. 승부가 조금 기우는 듯 했다. 그럴리 없었다. 한국가스공사가 다시 추격했다. 김낙현, 벨란겔 득점포에 곽정훈 3점이 더해졌다. 76-78, 점수차는 다시 2점으로 줄어 들었다. 만원 관중 만족도는 극에 달하는 듯 했다. 스포츠 혹은 농구의 묘미를 200%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종료 2분 13초 전, 전광판에 그려진 숫자는 83-81, 현대모비스 2점차 리드. 그냥 ‘점수차’일 뿐이었다. 이후 1분 동안 점수가 더해지지 않았다. 종료 1분 여를 남겨두고 박무빈 점퍼가 터졌다. 조금 무게 추가 기우는 느낌이었다. 한국가스공사가 더 이상 반격하지 못했다. 슈팅이 연거푸 림을 튕겼다. 한국가스공사 팬들에게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경기 종료 28초 전, 박무빈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치열했던, 수준높았던 농구 영신이 클라이막스를 지난 마지막 순간이었다. 승리는 홈 팀 현대모비스의 것이었다.
경기 후 강혁 감독은 “제가 미숙했던 것 같다. 선수들은 끝까지 이겨보려는 투지가 있었다.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관중들이 많이 오셨는데, 마지막 경기를 져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잘 준비해서 새해에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경기 후 조동현 감독은 ”선수들한테 너무 고맙다. 농구 영신 승리를 이끌어줘서 고맙고, 좋은 시작을 하게 되어 너무 고맙다고 말을 전하고 싶다. 모비스의 농구가 누구 하나에 의지하지 않고, 고른 활약이 있기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위에 언급한 대로 경기 품질이 최상급이었다. 농구 영신과 결합된 최고의 2024년 엔딩이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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