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문 듀오’의 수비가 한국가스공사를 걸어잠궜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기자 또한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KT는 2022~2023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잔혹사를 집필했다. 창단 첫 아시아쿼터 선수였던 데이브 일데폰소(192cm, G)는 정규리그에 거의 나서지 못했고, 두 번째 아시아쿼터 선수였던 달프 파노피오(185cm, G)는 2024~2025시즌을 치르지도 못했다. 그래서 KT 국제업무팀은 아시아쿼터 선수를 또 한 번 알아봐야 했다.
신중했던 KT는 팀에 맞는 아시아쿼터 선수를 영입했다. JD 카굴랑안(175cm, G)이 그랬다. 카굴랑안은 패스 센스와 압박수비에 능한 포인트가드. 허훈(180cm, G)의 체력을 절약할 수 있는 카드다.
특히, 카굴랑안의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피지컬과 투지로 상대 볼 핸들러를 잘 압박했다. 그래서 KT의 라인업이 다채로워졌고, KT는 3위(33승 21패)로 2024~2025 정규리그를 마칠 수 있었다.
카굴랑안의 수비는 6강 플레이오프 2차전 때 더 강렬했다. SJ 벨란겔(177cm, G)을 온몸으로 버틴 후, 벨란겔의 턴오버를 유도했다. 그리고 레이업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카굴랑안의 스틸과 레이업이 73-71을 만들었다. KT와 한국가스공사의 2차전 결과(75-71)를 감안한다면, 카굴랑안의 수비는 결정적이었다.
# Part.1 : Substitution in
카굴랑안은 보통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카굴랑안을 제외한 KT는 장신 라인업(허훈-문정현-문성곤-하윤기-레이션 해먼즈)를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포워드 중 한 명이 SJ 벨란겔(177cm, G)이나 정성우(178cm, G)를 막아야 했다.
문성곤(195cm, F)이 벨란겔을 따라다녔다. 문성곤의 피지컬은 벨란겔에 비해 압도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성곤의 스피드가 벨란겔보다 부족하다. 수비 노련함만 놓고 보면, 문성곤이 벨란겔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러나 문성곤이 벨란겔의 백 도어 컷을 전혀 막지 못했다. 이를 지켜본 송영진 KT 감독은 경기 시작 4분 33초 만에 카굴랑안을 코트로 투입했다. 코트로 투입된 카굴랑안은 벨란겔의 백 다운에 고전했다. 또, 김준일(200cm, C)의 순간적인 핸드-오프를 대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KT는 1쿼터 한때 10-17까지 밀렸다.
카굴랑안의 수비 선택지가 많아졌다. 그러나 카굴랑안이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벨란겔을 죽을 듯이 쫓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스 아웃을 했다.
카굴랑안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1쿼터 종료 44.3초 전 강한 박스 아웃으로 벨란겔의 파울을 이끌었다. 벨란겔의 2번째 파울을 유도했다. 벨란겔의 움직임을 한껏 위축시켰다. KT 또한 14-19로 한국가스공사와 간격을 좁혔다.
# Part.2 : 향상된 전투력
카굴랑안은 2쿼터 초반 김낙현(184cm, G)과 마주했다. 100% 아닌 김낙현을 상대했다. 그러나 스크린을 활용하는 김낙현에게 고전했다. 스피드로 김낙현을 쫓기는 했지만, 김낙현의 찬스를 제어하지 못했다.
한국가스공사가 김낙현과 벨란겔을 동시에 투입했다. 이때 카굴랑안은 벨란겔에게 붙었다. 그렇지만 벨란겔의 킥 아웃 패스를 제어하지 못했다. 이는 김낙현의 원 드리블 점퍼로 연결됐기에, 카굴랑안이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KT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의 퇴장과 앤드류 니콜슨(206cm, F)의 테크니컬 파울로 기회를 얻었다. 한국가스공사는 꽤 어수선했고, KT는 이를 활용해야 했다.
KT는 전투력을 더 끌어올렸다. 로테이션을 조금 늦게 하더라도, 찬스 지점을 끝까지 따라갔다. 쉬운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야투 대신 자유투를 강요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공격 체력을 최대한 빼버렸다.
KT의 정돈된 수비는 잘 이뤄졌다. 다만, KT는 전반전을 앞서지 못했다(29-32). 공격 실패 이후 한국가스공사의 역습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격 과정을 조금 더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 불필요한 실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카굴랑안이 3쿼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문성곤이 1쿼터처럼 카굴랑안을 대신했다. 문성곤은 김낙현이나 정성우를 계속 쫓아다녔다. 한국가스공사 장신 자원들의 스크린을 힘으로 극복했다. 한국가스공공사 볼 핸들러와 빅맨의 고리를 끊어버렸다.
문정현과 문성곤이 정성우와 김낙현을 교대로 잘 막았다. 또, 벨란겔까지 차단했다. 두 선수에게 간혹 뚫리기는 했지만, 패스 경로를 차단했다. 두 선수의 파생 옵션을 최대한 차단했다. 가드진과 윙맨, 가드진과 빅맨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KT는 한국가스공사의 단발성 공격만 막으면 됐다. 그래서 KT 수비수들이 생각을 정돈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돈된 수비를 했기 때문에, 수비 리바운드 또한 걱정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KT의 압박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높았다.
KT 특유의 수비 강도가 돌아왔다. 수비 강도를 높인 KT는 빠르게 치고 나갔다. 속공 득점으로 한국가스공사와 간격을 벌렸다. 3쿼터 한때 45-37까지 앞섰다.
카굴랑안이 2쿼터 종료 1분 38초 전 허훈을 대신했다. 카굴랑안의 임무는 벨란겔 제어. 카굴랑안은 두터운 상체로 벨란겔의 백 다운을 막았다. 파울을 범하기는 했으나, 벨란겔의 야투 시도를 무산시켰다.
# Part.4 : 마지막 고비
4쿼터. 수비 집중력이 가장 높아야 할 시간이다. KT는 4쿼터 시작 5분 가까이 수비 집중력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주득점원의 공격력을 억제했다. 곽정훈(188cm, F)과 우동현(175cm, G)의 슛을 강제했다.
KT의 전략은 적중했다. 그렇지만 한국가스공사 쓰리 가드(정성우-SJ 벨란겔-김낙현)와 신승민(195cm, F), 니콜슨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3점과 패스, 돌파를 장착한 이들에게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종료 3분 20초 전에는 정성우의 킥 아웃 패스와 김낙현의 3점을 막지 못했다. 53-51로 쫓겼다.
KT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의 볼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성재(184cm, G)가 경기 종료 1분 43초 전 스크린을 타는 벨란겔을 놓쳤다. 끝까지 손을 뻗었으나, 벨란겔에게 3점을 맞았다. 타격이 컸다. 한국가스공사에 주도권을 안겼기 때문이다. 점수는 56-57이었다.
하지만 허훈이 2대2와 미드-레인지 점퍼로 60-57을 만들었다. KT는 남은 시간을 지키면 됐다. 바꿔막기 전략으로 3점을 주지 않았다. 슛 자체를 어렵게 했다. 그 후 수비 리바운드를 차곡차곡 쌓았다. 공격권을 획득한 KT는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63-57로 3차전을 잡았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했다.
# Part.5 : Feedback
송영진 KT 감독이 승장 자격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후반부에 바꿔막기를 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박)성재가 중요한 순간에 깜빡했다. 큰 경기를 경험하지 못한 루키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고 아찔했던 후반부를 돌아봤다.
그렇지만 “(문)성곤이가 수비를 열심히 해줬다. 성곤이의 수비가 많은 도움이 됐다. (문)정현이의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며 문성곤과 문정현의 수비 영향럭을 높이 평가했다.
35점을 퍼부은 허훈도 “후반부에 약속된 수비를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문)성곤이형과 (문)정현이로 이뤄진 ‘문-문 콤비’는 상대를 부담스럽게 한다. 그것만큼은 KBL에서 탑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성곤과 문정현의 수비에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그 후에도 “두 선수의 진정한 수비 가치는 어떤 기록으로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는 기여도가 크다. 기싸움과 분위기 향상 등 팀에 너무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두 선수만 지닌 찐득한 힘이 대단하다. 두 선수의 힘 덕분에, 나도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선수의 수비는 정말 훌륭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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